놀라운 상승세로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롯데. 최근 팀 분위기는 당연히 최고조에 달해있다. 덕아웃만 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경기 중 롯데의 덕아웃은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 중심에는 롯데의 '파이팅 3인방'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내야수 손용석 양종민, 포수 장성우다.
이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일단 각자의 포지션에서 주전 멤버들을 뒷받침 하는 백업 역할이기에 덕아웃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여기에 팀에서도 한참 어린 후배축에 속한다. 손용석이 24살로 맏형이고 장성우와 양종민은 21살로 막내급이다. 개개인의 성격도 밝고 활기차다. 이 셋이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덕아웃을 지배할 정도다. 고참급 외야수 이인구는 "정말 시끄러운데 덕아웃 분위기는 참 좋아진다"며 웃었다.
"특별한 레퍼토리는 없다. 눈치를 봐서 분위기 좋을 때는 흥겹게, 팀이 지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는 조용히하는 정도"라고 입을 모으는 세 사람. 하지만 이들 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일단 손용석과 양종민은 덕아웃에 전용 좌석이 있다. 사직구장의 경우 덕아웃 가장 앞쪽, 그리고 정중앙에 위치한 벤치에 두 사람이 앉는다. 두 사람은 엉덩이 붙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덕아웃을 드나드는 선수들 마중은 이들이 1등이다. 여기에 깜찍한 댄스실력도 가끔 선보인다. 타자들이 등장할 때 나오는 신나는 댄스음악에 맞춰 두 사람이 똑같은 동작으로 어깨를 들썩인다. 신세대 선수들 답게 실력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손용석, 양종민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장성우는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일단 목소리 크기 자체가 틀려 덕아웃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다고. 여기에 과묵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부산에서만 나고 자라 익힌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입담을 풀면 덕아웃은 순간 웃음바다로 변한다고 전했다. 특히 장성우의 주특기는 상대편에 대한 애교섞인 야유. 예를 들어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면 "투수 힘 빠졌나 보네. 공이 어데로 가노"라고 외치며 살짝 약을 올리는 식이다. 양승호 감독이 이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다. 양 감독은 "한 번은 KIA와 경기를 하는 데 상대 선발이 로페즈였다. 장성우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더라. 거기에 로페즈가 오죽 신경이 쓰였으면 장성우를 향해 손가락으로 입을 다물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라.거기에 고개를 휙 돌리며 나몰라라 하는 장성우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장성우는 이에 대해 "절대 상대를 비하하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주전 선수들만의 활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뒤에서 이들을 위해 야구 뿐 아니라 그 외적인 요소로도 서포트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들의 파이팅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분명 롯데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양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해 아쉬울텐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팀 분위기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에 감독인 나도 힘이 난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