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경기 당일 날씨도 오늘 같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 4일(이하 한국시각) 첫 훈련 직후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피력한 소감이다.
"잔디가 훈련장보다 훨씬 낫다. 잔디를 잘 깔아놨고 잘 깎아놨다. 촘촘하기도 하다." 6일 격전지 프렌드십-피스 스타디움 처음 밟은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7일 쿠웨이트전(1대1 무) 후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푹푹 빠지는 낯선 '모래사장 잔디'는 사흘간의 적응 훈련으로는 부족했다. 체력 안배에 실패, 경기력에 균열이 생겼다. 그라운드 컨디션도 겉과 속이 틀렸다. 중동 특유의 텃세도 순간순간 집중력을 흐트렸다.
캡틴 박주영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너무나 힘든 경기였다"며 혀를 찼다. 조 감독은 "날씨에 큰 영향이 있었다. 그라운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이런 요인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경기 템포가 늦어진 것 같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2차전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가 준 교훈이다. 1차 중동 원정이 막을 내렸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복병은 역시 중동 원정이다. 적응력을 키우지 않으면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중동 원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3차예선에서는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 15일 레바논 원정이 기다리고 있다. 최종예선도 마찬가지다. 20개팀이 5개조로 나뉘어 풀리그로 진행되고 있는 3차예선에선 각 조 1, 2위가 문을 통과한다. 최종예선은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출전 티켓 4.5장을 놓고 5개팀씩 2개조로 나뉘어 펼쳐진다. 3차예선에 오른 20개팀 중 중동이 절반이 넘는 11개팀이어서 최종에선에서도 중동을 만날 수밖에 없다.
중동 원정을 대비하지 못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결코 만만히 봐선 안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객관적인 전력 차는 중요치 않다. 대충은 안된다. 세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해법이 절실하다. 체력과 완급조절, 전술의 구성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태극전사들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해야 한다.
조광래호의 월드컵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쿠웨이트전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