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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대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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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팀이라고 얕보지 마라.'

막바지로 치닫든 프로야구판에서 조용히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한화의 주전 유격수 이대수(30)다. 소리없이 강한 사나이다.

으레 한시즌 결산때 선수에게 최고 영광으로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는 포스트시즌 진출팀에서 배출되기 마련이다. 팀 성적과 공헌도가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이대수의 등장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팀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개인 활약상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7일 현재 이대수는 시즌 평균 타율 2할9푼9리로 전체 14위이자 팀내 최고다. 골든글러브 경쟁자로 꼽히는 김상수(삼성) 김선빈(KIA·이상 2할9푼6리)에 비해 약간 앞선다.

하지만 후반기를 놓고 보면 8개 구단 전체 타자를 통틀어 이대수를 따라올 자가 없을 만큼 괄목상대했다. 후반기 28경기 동안 이대수의 평균 타율은 무려 4할5푼1리. 2위 손아섭(롯데·3할4푼9리)을 크게 따돌리며 유일한 4할 타자로 남아 있다. OPS(장타율+출루율)역시 1.106으로 전체 타자 가운데 1위다.

이대수가 후반기 약진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스포츠는 역시 흘린 땀을 배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수는 올시즌 초반 '몸짱'으로 화제에 올랐다. 지난 겨울훈련 동안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조각같은 몸매로 거듭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료들도 이대수의 지독한 몸만들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대수가 몸만들이게 열중한 것은 '몸짱' 열풍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대수는 체력이 떨어져 후반기에 고전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저질체력'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자 이를 악물고 자신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이다.

프로 9년차인 이대수에게는 더이상 처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지난해 프로생활 3번째 팀인 한화로 이적하면서 더이상 옮겨다녀서는 안된다고 다짐했기에 주전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대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승리했다. 올시즌 후반기 들어 더 성장했고,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08년 두산에서 기록한 역대 개인 최고타율인 0.282리를 뛰어넘었고 프로 데뷔 첫 3할까지 바라본다. 홈런(7개)과 타점(43점)도 개인 최고에 올라섰다.

한대화 감독은 "겨울 동안 체력훈련을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남들 힘빠졌을 때 여전히 쌩쌩하다"며 이대수의 후반기 약진에 흡족해 했다. 이대수는 8월까지만 해도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 대해 감히 어떻게 넘보겠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3할 타율 달성을 눈앞에 두자 은근히 야망을 품기 시작했다.

전북 군산의 외딴섬에서 김양식을 하며 어렵게 뒷바라지 하느라 야구장 나들이 제대로 못한 부모님께도 꼭 안겨주고 싶은 선물이다.

이대수는 타격 뿐 아니라 수비 실책에서도 다른 경쟁자보다 앞선다. 한화 팬들도 이대수의 골든글러브를 최근 화두로 올리며 적극 지지하는 중이다.

이대수에게 골든글러브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