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3차예선 1, 2차전을 준비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남태희(20·발랑시엔)와 홍 철(20·성남)의 재발견이다.
남태희는 부상으로 재활 중인 이청용(23·볼턴)이 섰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임무를 맡고 있다. 홍 철은 A대표팀에서 은퇴한 이영표(34)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남태희는 스피드와 볼 터치 및 패스 감각이 주목을 받았고, 무엇보다 원톱 지동원(20선덜랜드)과의 연계 플레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홍 철은 전형적인 공격형 풀백으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했다. '그 나이 때의 이영표보다 낫다'는 신태용 성남 감독의 극찬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일부 증명했다. 두 선수의 활약은 아직까지 가능성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그동안 줄곧 새싹 발굴에 심혈을 기울였던 조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베스트11과 백업 간의 격차가 크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자리에서는 딱히 경쟁 구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전부터 각축을 벌였던 김정우(29·상주)-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수 차례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다양한 카드가 기용됐지만, 조 감독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레바논 쿠웨이트전에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남은 3차예선과 나아가 최종예선까지 일어날 부상과 기량 저하 , 경고 누적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하면 백업자원의 성장이 절실하다. 뻔한 구성을 고집하면 성공할 수 없다. 상대의 분석에 대응할 수 있는 팔색조 같은 변화가 가능해야 한다. 빡빡한 3차예선 기간 내에 변화를 주는 일이 쉽지는 않다. 적어도 내년 6월 시작될 최종예선과 3년 뒤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베스트11의 3배수를 만들어야 한다. 제2의 남태희, 홍 철이 나오지 않으면 조광래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한-일전 참패는 부상 변수가 있기는 했어도 백업으로 빈 구멍을 메우지 못한 전형적인 경우다.
다행히 A대표팀 내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김영권(21·오미야) 이재성(23·울산) 윤빛가람(21·경남) 김보경(22·세레소 오사카) 조영철(22·알비렉스 니가타) 같은 수준급 자원이 많다. 이들이 백업 뿐만 아니라 주전 자리까지 넘나들 수 있는 기량을 갖춰야 한다. 조 감독은 "경쟁체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경기력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백업자원의 성장 없이는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성공도 없다는 점은 조 감독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쿠웨이트시티=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