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는 없다.
학수고대하던 휴식이다. 다른 팀들이 7~8월 우천순연으로 쉴 때 비를 모질게도 피해가는 바람에 '선샤인 타이거즈'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얻었던 KIA다. 이 탓에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던 KIA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무려 6일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잔여경기 일정이 편성되면서 생긴 이번 휴식을 통해 KIA 선수단은 바닥났던 체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막판 스퍼트를 준비중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긴 휴식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휴식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좋지만, 자칫 투타의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그래서 당초 휴식 일정이 편성됐을 때 한 두 차례 자체 연습 경기나 미니 게임 등이 휴식기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고, 선수들에게 최대한 휴식을 주기로 했다. 지난 2일 전체 휴식을 취한 KIA 선수단은 3~4일 광주 구장에서 통상적인 훈련을 한 뒤 5일에 또 전체 휴식을 가졌다. 이어 6~7일에도 훈련만 치르고 나서 8일 광주구장에서 삼성과 경기를 치르는 계획이다.
이런 프로그램 선택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전체 선수단의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라는 점이 고려됐다. 이같은 상태에서는 연습경기를 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아예 쉬면서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부상을 유발하기 쉬운 인조잔디 그라운드가 깔린 광주구장에서 연습경기를 하다가 자칫 또 다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 가지 이유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너무 떨어진 상태라 지금은 쉬는 게 더 낫다. 아직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연습경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불펜진들의 떨어진 구위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이제 KIA는 겨우 14경기만을 남겼을 뿐이다. 목표인 2위 탈환을 위해서는 이제 거르고 갈 경기가 없는 상황. '전경기 승리'의 각오로 부딪혀야 한다. 바꿔 말하면 승리를 위해서는 전 투수진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KIA 불펜은 휴식기 이전에 과부하가 크게 걸려 있었다. 로페즈, 손영민의 부상과 트레비스의 난조 등으로 불펜들이 많이 뛰었다. 결국, 현재로서는 휴식만이 '전력 상승'의 해답인 것이다. 조 감독은 "투수들이 많이 피곤해하고 있다. 이들을 아껴서 8일부터 재개되는 일정에 대비해야 한다"며 6일간의 휴식기 동안 연습경기를 편성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한껏 몸을 움츠리며 전력을 끌어모은 KIA가 잔여 14경기에서 얼마나 높이 뛸 수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