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자리 잡으면 그때 오시라고 할겁니다."
LG 양영동은 올시즌 전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되어 5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이전까지는 지난 2006년 삼성에서 2경기를 뛴 것이 1군 기록의 전부였다.
그간 굴곡이 많았다. 2006년 신고선수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뒤 빠른 발을 인정받아 정식선수로 전환됐지만, 1년 뒤인 2007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경찰청 입대를 준비하던 도중 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2년 간 경찰청에서 절치부심한 양영동은 제대 직전 LG의 부름을 받게 됐다. 신고선수 계약이었지만, 다시 프로에서 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안일함이었을까. 지난해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2군에 머물렀다. 당연히 정식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와중에 함께 뛰던 다른 신고선수들이 방출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번에도 방출되면 더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부터 홀로 뒷바라지해주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왜소한 체구의 양영동은 눈빛 하나로 LG 박종훈 감독을 사로잡았다. 그저 그런 2군 선수였지만, 박 감독은 "눈빛이 살아있다"며 칭찬한 뒤 캠프 내내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시즌을 앞두고 정식선수로 전환됐고, 시범경기에서는 홈런도 기록했다. 결국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감격스러웠다. 가장 기뻐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대학 시절 아버지를 잃은 뒤 힘들어하던 양영동을 붙잡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들이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주 야구장을 찾았던 어머니였다. 하지만 프로에 온 뒤에는 그러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머물렀기 때문. 무엇보다 양영동 스스로 2군에서 뛰는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드디어 개막전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1군 선수가 된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양영동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어머니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양영동은 "기분이 묘했다. 속상하기도 했다. 결국 그날 밤 어머니께 '실력을 갖추고, 주전이 된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1, 2군을 오가던 양영동은 5월 말 주전 중견수 이대형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 의욕이 지나쳤던 것일까. 4경기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한 뒤 햄스트링을 다쳤다.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2주만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35타수 2안타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긴 채 이대형의 복귀와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양영동은 "어머니는 1,2군 오가는 것이나 성적에 대한 말씀은 안 하신다"면서 "가끔씩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만 물으신다"고 했다. 아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양영동은 확대엔트리 시행 하루 뒤인 지난 2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2일과 3일에는 9회 대수비로 나섰고, 4일에는 8회 교체 투입돼 한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아웃.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선 소감을 묻자 그는 "오랜만이라 좀 얼떨떨했다. 앞으로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양영동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갖고 있기에 대주자나 대수비로 쏠쏠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조금씩 기회를 잡다보면, 언젠가는 어머니를 당당히 잠실구장에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