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시작된 야쿠르트-요미우리의 3연전은 올 가을의 첫 번째 빅 매치가 됐다.
5월31일 이후 1위를 독주하고 있던 야쿠르트는 8월에 7승15패3무로 부진했다. 반면 요미우리는 17승8패1무로 잘 나갔다. 이번 3연전을 앞두고 1위 야쿠르트와 2위 요미우리의 거리는 2게임차로 줄어들어 있었다. 요미우리가 3연승하면 1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야쿠르트 임창용은 이번 3연전을 앞두고 가진 팀 미팅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가와 감독이 전 선수에게 '남은 40경기서 한 게임씩 자기 역할을 완수하자'고 이야기하셨어요."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한 결의였다. 그런 자세는 선수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주전포수 아이카와 료지는 오른손 엄지 측면과 중앙 부분에 두 군데 골절이 있다. 하지만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본인은 안 아프다니 괜찮겠지요. 이런 중요한 시기에 베테랑들은 아무리 아파도 나와야겠죠. 그런 건 한국에서도 똑같았어요"라고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럼 임창용 자신은 어떨까. 임창용도 8월13일 허리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23일에 복귀했다. 30일 히로시마전에서 자신의 폭투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시즌 중반까지 보였던 안정감이 안 보였다.
2일 벌어진 1차전에선 야쿠르트가 4대2로 먼저 이겼다. 다음날 2차전도 10-6으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를 맞이했다. 5번째 투수 임창용이 등판했다. 그러나 볼끝이나 제구력이 불안했던 임창용은 세 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하지만 이후 요미우리의 반격을 막아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임창용은 현재 컨디션에 대해 "지금 제구력이 불안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전에 안타를 맞은 기억을 잊어야 되는데 아직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오기가 있고 약점을 보이기 싫어하는 평소 임창용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말이었다.
현재 임창용의 속내를 야쿠르트 벤치도 헤아린 듯 했던 장면이 3일 경기에서 있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5번 사카모토와 6번 아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나자 야쿠르트 아라키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통역 신중모씨는 "'정면 승부하라'는 지시였어요"라고 전했다. 항상 정면승부를 원하고 무엇보다 볼넷을 싫어하는 임창용에게는 굳이 전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임창용에게는 평소의 투쟁심이 좀 떨어져 있는 것 같다는 판단으로 나온 전달사항일 것이다. 4일 3차전서 1대4로 패배, 이번 3연전을 2승1패로 끝낸 야쿠르트는 2위 요미우리에 3게임 앞선 1위를 유지했다.
"앞으로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요." 지금 임창용의 기어는 1,2단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항상 3,4,5단으로 올리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는 것이 임창용의 특징이다. 그의 엔진이 완전가동 하기를 팀은 물론 임창용 자신도 기다리고 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