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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1박2일', 이 지독한 사랑 어떻게 책임질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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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밤에 잠이 잘 안 와요. 유선으로 낮이고 밤이고 오로지 '1박 2일'만 봐요." "나는 강호동씨가 제일 좋아요! 꼭 돼지 멱 따는 것처럼 꽥꽥 고함을 지르지만 그게 강호동씨 매력이에요."

웃고는 있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짠했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28일 방송에서 KBS2 '1박 2일' 멤버들은 시청자투어 3탄을 앞두고 직접 전화로 참가자들에게 소식을 통보했다. 처음 보는 장면이 아님에도 유독 이날 방송만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1박 2일' 마니아라고 밝힌 80대 대표 할머니는 강호동의 열혈 팬이었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에서도 할머니는 강호동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방송, 왜 이리 불편했을까. 바로 '국민 MC' 강호동을 있게 해준 할머니 시청자의 '해바라기 사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이날 방송분 녹화에 앞서 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뜻하지 않은 심경고백을 했고, 이날 방송은 '1박 2일'이 6개월 후 종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파를 탔다.

'1박 2일' 시청자투어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하는 이들에게 멤버들은 감격에 겨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 순간 불쾌감이 묻어나는 묘한 아이러니와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는 시청자 소감은 무엇을 말해줄까.

'1박 2일'은 소위 소수 취향의 컬트적인 프로그램으로 미디어의 칭송을 통해 화제를 낳지 않았다. 촌스러우면서도 투박한 매력이 전 연령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시민적 정서를 잘 파고들어 말 그대로 '국민 예능'으로 거듭났다.

수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린 이승기도 '땡칠이 아빠'로 통하는 이 보편적 사랑이 이제 '일방적 구애'로 전략하고 말았다.

죽기 전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80~90세의 노구를 이끌고 '1박 2일'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제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1박 2일'은 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쳐서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랑을 하게 만들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됐지만 '1박 2일'에 대한 국민들의 지독한 사랑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처럼 대중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두번 다시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