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카운트 착각 해프닝을 일으킨 후 하루가 지난 28일.
삼성과의 잠실 홈경기를 앞두고 두산 정수빈은 평소와 다름없이 러닝, 수비, 타격 훈련을 차례대로 진행했다. 이날은 팀이 정한 '베어스 데이'로 정수빈은 훈련을 마친 후 수원북중 야구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전날 악몽같은 기억이 지워졌을리는 없었을 터. 행사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정수빈은 취재진을 보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날 실책 상황을 물었다.
"순간 정신이 나간 겁니다. 수비 준비를 하고 있을 때는 분명 원아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포구할 때 착각을 하고 말았어요."
정수빈은 전날 1-1이던 연장 11회초 1사 2루서 삼성 대타 오정복의 우중간 플라이 타구를 전력 질주로 쫓아가 잘 잡았지만, 이닝이 끝난 듯 홈을 등진 채 외야펜스 쪽으로 천천히 뛰어갔다. 2루주자 배영섭이 결승득점을 올렸고, 두산은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정수빈은 "(이)종욱이 형이 콜을 해줬는데 관중 소리 때문에 안들렸어요.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하지 않을겁니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지만, 전날 본헤드플레이는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정수빈에게 그 후유증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은 이날 정수빈에게 전날 상황에 대해 농담을 던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정수빈 역시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 확실히 팬서비스를 할 걸 그랬나요"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전날 상황에 대해 김광수 감독대행은 "중견수와 우익수가 함께 뛰어갔는데, 수빈이가 잡을 상황이 됐으면 종욱이가 뒤로 백업을 갔으면 좋았다"며 "워낙 종욱이가 방향을 (수빈이)앞으로 정해놓고 뛰어가서 백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