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6·AS모나코)이 길고 긴 협상 끝에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1 우승팀인 릴로의 이적이 확정됐다. 프랑스 스포츠전문지 레퀴프에 따르면 릴은 AS모나코에 이적료 300만유로(약 47억원)를 주고, 박주영이 2년 내에 입대하지 않을 경우 200만유로(약 31억원)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당면 과제는 역시 주전경쟁이다. 리그 우승팀인 만큼 경쟁상대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25골을 터뜨리며 리그1 득점왕에 오른 무사 소우(프랑스)가 버티고 있다. 브라질 대표 출신의 툴리우 데 멜루와 올 시즌을 앞두고 각각 생테티엔과 랑스에서 이적해 온 디미트리 파예, 루니 로델린(이상 프랑스)이 공격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주영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소우와는 각축이 예상되지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는 비교우위에 있다. 지난 시즌 딱히 지원군이 없었던 모나코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기량은 프랑스 내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정신력이라는 큰 무기도 갖고 있다. 프랑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릴은 기량보다 박주영의 정신적인 부분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번 영입을 통해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겠다는 심산"이라고 설명했다.
활약에 대한 전망은 밝다. 세 시즌간 리그1에서 활약하면서 상대팀 수비수들의 움직임은 모두 파악했다. 모나코 시절 상대팀 수비수들이 '박주영만 막으면 이긴다'고 할 정도로 무시못할 실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막강한 동료들의 지원을 받는 릴에서는 더 좋은 활약이 예상된다. 3년 장기 계약으로 그간의 부담을 털어낸 점도 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박주영은 모나코 시절 항상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병역 의무 이행 전에 더 큰 무대에 가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출전에 집착했고, 잦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릴은 모나코보다 여유가 있는 팀이다. 병역 의무 이행 전까지 계약기간을 보장할 만큼 신뢰도 깊다. 그간 박주영이 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떨치고 좋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원톱 자리는 소우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주영은 제르비뉴가 섰던 측면 자리를 맡게 될 전망이다. 딱히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무난한 입성이 점쳐진다. 지난 시즌 모나코에서 중앙과 측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주영이었던만큼, 위치 변경에 따른 큰 무리는 없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