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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발로 뛴 허정무, 꿈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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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56)은 지난해 9월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부임한 뒤 부쩍 외부 일정이 많아졌다.

전화를 걸면 '회의 중이니 나중에 통화하자'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말부터 구단이 스폰서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사실을 접한 뒤부터 발품을 팔고 있다. 허 감독은 한참을 지난 뒤 수화기 너머로 '나도 구단의 일원인데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닌가'라고 웃어 넘겨 왔다. 열악한 숙소 사정으로 자택인 서울에서 인천까지 자가 운전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A대표팀을 거치면서 축구 외적인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그러면서도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취임 후 '인천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했다. 열악한 재정과 팀 전력을 키워내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설 때처럼 유쾌한 도전을 해보겠다고 했다. 박준태 김재웅 한교원 같은 선수를 발굴한 것이나 선수 영입 및 이적, 트레이드를 반복하면서 새판짜기에 주력했다.

1년이 지난 현재 허 감독의 꿈은 진행형이다. 6강 언저리를 맴돌던 성적이 10경기 연속 무승 부진 속에 떨어진 겉모습을 보면 실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성적부진은 그간 인천이 갖고 있던 허약체질이 드러난 것 뿐이다. 2005년 K-리그 준우승 이후 인천 사령탑들의 재임기간이 평균 2년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외룡 감독이 영국 축구 연수를 다녀오면서 그 빈 자리를 박이천 고문이 메워야 했다. 장 감독은 연수 뒤 복귀했으나, 1년이 채 못 되어 구단을 떠났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도 계약기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허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대개 한 팀이 제 색깔을 내고 완벽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간 인천에게는 이런 여유가 없었다.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은 허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다.

구단 안팎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재정 악화로 직원 월급도 주기 힘든 형편에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숭의축구전용구장 입성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장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건설사와 인천시가 여러가지 해법을 내놓았지만, 허가청인 남구청에서는 대형마트 입점 불가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향후 인천 구단 운영의 근간이 될 숭의구장 입성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인천의 앞날은 풍전등화와 같다. 허 감독은 스폰서 문제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직접 뛰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허 감독은 25일 인천 송도 승기구장에서 서포터스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날선 질문이 오간 가운데 허 감독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며 팬들의 양해를 구했다. 하루 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허 감독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 '다 내 책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쉬움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허 감독이 말미에 던진 말은 "인천이 1~2년 축구를 하고 끝날 팀이 아니지 않은가.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고 지금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을 걷고 있다. 분명히 (팀이) 좋아지고 있다"였다. 허 감독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