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시간이었다. 세 달 간의 줄다리기 협상이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
박주영(26)의 새 둥지가 결정됐다. 박주영이 2부리그로 강등된 AS모나코에서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1을 제패한 릴OSC로 이적한다.
박주영의 이적을 전담한 재일교포 2세 오영오씨는 26일 스포츠조선과의 국제전화에서 "박주영의 이적을 놓고 그동안 설이 무성했다. 릴과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탈리아 출신 에이전트인 마우리치오 모라나와 호흡을 맞춰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거의 포기 상태였던 릴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고, 모나코를 설득했다. 결국 모나코는 릴의 조건을 받아들여 협상이 마무리됐다.
계약기간은 3년으로, 박주영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시기까지다. 모나코 및 박주영과 모든 협상을 마쳤고, 메디컬테스트와 입단식만을 남겨둔 상태다.
2전3기다. 세 차례 협상 끝에 결론이 나왔다. 릴은 6월말 모나코와 첫 협상을 가졌다. 모나코가 제시했던 600만유로(약 93억원)의 이적료를 충족시켜 박주영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세부 조항에서 이견을 보여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이후 박주영의 병역 문제가 거론되면서 릴이 손을 놓는 듯 했다.
그러나 릴은 박주영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달 초 박주영과 먼저 협상을 시작했다. 계약기간은 병역 의무 이행 시기 전까지인 3년, 기본연봉 150만유로(약 23억원)에 출전 경기 및 득점 수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제안다. 박주영이 승낙하면서 이적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릴이 모나코에게 150만유로의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다시 물거품이 됐다. 모나코 구단 임원들은 릴과 두 번째 협상 직후 박주영을 구단 사무실로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최악의 경우 올 시즌 잔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였다. 오씨와 모라나가 거의 포기 상태였던 릴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다. 모나코를 설득해 25일 계약에 합의했다.
릴 이적으로 박주영은 오랜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이다. 릴은 지난 시즌 리그1 우승팀 자격으로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해 있다. 박주영은 그동안 이적의 첫 조건으로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나서는 팀을 꼽았다. 또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원했다.
릴은 박주영의 기량 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적을 추진해왔고,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 무대를 누비는 박주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