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주영(26)은 프랑스 리그에 눌러 앉았다. 박주영은 더 큰 리그, 이른바 '빅리그'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주영에게 릴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던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뭘까. 프랑스 리그가 나쁘다거나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해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는 릴의 수준이 낮다는 얘기가 아니다. 리버풀 같은 세계적인 명문 팀과 협상을 하며 마지막까지 꿈을 버리지 않았던 박주영에게 무엇이 걸림돌이 됐을까 돌아보자.
사실 박주영의 행선지 결정 과정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릴의 끈질긴 구애보다 영입을 저울질하던 다른 팀들의 연이은 포기다.
박주영의 이적 시장 마이너스 요소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병역 의무, 두 번째는 아시아 선수에 대한 여전한 편견, 세 번째는 원 소속팀 AS모나코의 2부 리그 강등 여파다.
병역 의무는 2년에서 3년 뒤에는 박주영을 다시 팔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와도 다시 되파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빅리그 팀들은 고민했다. 박주영의 나이도 이제 적지않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모습이 베스트이고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같은 활약을 펼치더라도 유럽 스카우트들은 여전히 아시아 선수, 특히 아시아 골잡이는 낮게 평가한다. 또 유럽 빅리그 빅클럽의 주전 공격수는 예외없이 월드클래스 선수들이다. 박주영이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을 서브 공격수로 쓰기도 힘들다. 서브 공격수는 유망주 자리다. 후반에 교체 투입되는 조커라고 하기엔 이적료와 연봉이 만만찮았다.
마지막으로 AS모나코의 2부 리그 강등은 박주영에게는 '양날의 검'이었다. 2부 리그로 강등된 모나코는 주전선수들을 내보내며 운영비를 줄이고 있다. 결국 박주영의 이적료도 절반 가까이 내려갔다. 이적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한 평가는 나빠졌다. 지난 시즌 12골(PK 4골 포함)로 팀내 최다골이지만 소속팀을 강등권에서 구하지 못한 '연대 책임'이 있다. 지는 경기에서의 득점은 영양가와 임팩트가 반감된다. 감독과 선수는 팀성적이 좋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현재로선 릴이 박주영의 유럽무대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이다. 박주영이 기분좋은 '대형 사고'를 친다면 다음 시즌엔 더 큰 팀에서 뛸 수도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