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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볼트, 이제는 '전설'과의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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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 되고 싶어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진지했다. 25일 대구 남구 대명동 대덕문화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자메이카 육상대표팀 공식기자회견에서 '전설(Legend)' 등극에 도전할 것을 선언했다.

"많은 선수들이 기록을 깨고 금메달을 땄어요. 하지만 100m에서 연속우승은 쉽지 않아요. 이번 대회는 전설이 되는 첫걸음입니다."

극장에 모인 400여 내외신 기자들은 모두 '전설'이라는 단어를 크게 강조해 전세계로 타전했다. 현재 볼트는 100m에서 적수가 없다. 모두 부상으로 떨어져나갔다. 타이슨 게이(29·미국)는 엉덩이 부상으로 7월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또 하나의 적수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 역시 나서지 못한다. 파월은 볼트가 '전설'을 언급한 이날 부상으로 100m 불참을 밝혔다.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나 마이크 프레이터(29·자메이카),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프랑스) 등이 있지만 볼트의 적수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외로운 레이스를 펼치게 된 파월이 새로운 경쟁자로 '전설'을 들고나왔다.

볼트의 전설론은 더욱 의미있게 만든 것은 기자회견장을 찾은 한사람때문이었다. 바로 모리스 그린(37·미국)이었다. 해설자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린은 좌석에 앉아 볼트의 말을 경청했다. '전설(Legend)'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그린은 눈썹을 들썩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볼트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린은 1997년에서 2001년까지 5년간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1997년 아테네, 1999년 세비야, 2001년 에드먼턴)와 올림픽 1회 우승(2000년 시드니)을 일구어냈다. 1999년에는 9초79를 뛰며 사상 최초로 9초8의 벽을 넘었다.

볼트는 현재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베를린에서는 9초58을 뛰며 사상 최초로 9초5대에 진입했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2013년에는 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있다. 대구에서 우승한다면 남은 두 대회 우승 가능성이 커진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볼트는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와 올림픽 2연패로 그린을 뛰어넘게 된다. 볼트가 대구 대회를 '전설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볼트가 그린을 뛰어넘어도 최정상에 서는 것은 아니다. 육상 왕중의 왕인 칼 루이스(50·미국)가 버티고 있다. 루이스는 1983년부터 1991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1983년 헬싱키, 1987년 로마, 1991년 도쿄·1991년까지 4년마다 열림)와 올림픽 2연패(1984년 LA, 1988년 서울)를 달성했다. 1991년 9초86을 뛰며 9초9의 벽을 넘은 최초의 선수였다. 볼트가 2013년 모스크바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도전을 받게 된 그린과 루이스는 입장이 다르다. 그린은 볼트를 응원하고 있다. 그린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볼트는 매우 중요한 선수다. 그는 현재 세계 육상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고 말했다. 반면 루이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루이스는 볼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자메이카같은 나라는 도핑테스트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이스의 비판적인 시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