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사장 장영철)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인수·정리 및 기업 구조조정업무와 국·공유 재산의 관리와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 정부 지분이 82%에 달하는 준정부기관이다.
6월말 현재 1030명의 직원들이 재직하고 있으며, 올해 직원 평균 연봉은 7200만원에 달한다. 이른바 '신의 직장'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자산관리공사에서 신입직원을 채용하면서 대학교별 등급을 매겼던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 가치를 정면 위배한 것이다.
▶허울 뿐인 학력철폐
공사는 지난 2009년 11월 5급 신입직원 모집공고를 내면서 연령과 학력, 전공에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할 때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학교,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공정한 취업기회를 보장하도록 돼 있는 상태. 또한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도 응시자의 공평한 기회보장을 위해 성별, 신체조건, 학력, 연령 등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두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공사도 이런 정부 방침을 알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
하지만 공사는 서류전형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대학을 등극별로 나눠 점수를 차등 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공사가 정한 서류전형 점수기준에서 학력(학교)은 30%의 비중을 두고 있었던 상태. 이어 전공 30%, 자격면허 20%, 어학 10%, 학점 10% 등의 서류전형 심사기준을 마련했다.
공사는 이 과정에서 지원자의 4년제 대학을 3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8개의 상위권 대학에는 30점, 30개의 중위권 대학에는 27점, 나머지 대학교(분교 및 야간대 포함)는 24점을 줬다. 전문대학 졸업자에게 책정된 학력점수는 21점, 고졸이하 학력자는 18점.
그 결과 '중' 등급 출신대학 응시자 가운데 전공과 어학, 학점 점수가 만점이면서 국어능력 2급이상, 국제재무위험관리사 자격증을 갖춘 응시자조차 서류전형에 불합격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전문대학 졸업자는 응시자 174명 중 단 1명만이 보훈가점(10점)을 받아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고졸이하 응시자는 120명 전원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겉으로만 응시자격에 '학력제한이 없다'고 했을 뿐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서류전형 통과는 꿈도 꾸기 힘들었던 것이다.
▶대학등급과 학점기준도 멋대로
한 걸음 나아가 공사는 대학등급도 일정한 기준없이 들쭉날쭉하게 매겼다. '상' 등급은 당해연도가 아닌 3년의 순위를 기준으로 했고, '중' '하' 등급은 '상' 등급과 다르게 당해연도의 순위만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따라 일관된 기준으로 학교 등급을 매겼다면 서류전형에 합격했을 23명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서류전형에 불합격했을 28명이 합격한 뒤 이 중 4명은 신입직원 채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공사는 2009년 12월 48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 바 있다.
공사는 또 2009년과 2010년 신입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서류전형을 진행하면서 응시자의 학점을 백분율 점수로 구간화하고 해당구간의 책정된 점수를 서류전형 총점에 반영했다.
그런데 공사는 4.3 만점을 운영하는 대학교의 경우 4.5 만점으로 학점을 변환해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4.3 만점 대학교의 지원자는 변환학점을 제출하고, 일부는 변환학점을 제출하지 않았다. 학점을 정확히 산정해 서류전형 점수에 반영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그 결과 2009년에는 학점이 낮아 서류전형에서 탈락해야 할 응시자 10명이 합격했고, 2010년에는 9명이 부당하게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2010년 11월부터 진행된 공사의 신입사원 모집은 현 장영철 자산관리 공사 사장 취임 후 이뤄진 일이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의 장 사장도 이런 엉터러 채용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자산관리공사 측은 2009년 채용에서 대학별 등급을 매겼던 것과 관련해 "당시에는 다른 공기업에서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또 2009,1010년에 학점점수 기준이 잘못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외부 채용업체에 의뢰하다보니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