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대한 리액션은 컸다. 진지할 때는 한도 없이 진지했다. 그러다가도 농담도 잊지 않았다. 좌중을 웃기는 능력도 탁월했다.
25일 대구 대덕문화전당에 모습을 드러낸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한마디로 엔터테이너였다. 16일 대구에 도착한 이래 이날 가장 오랜 시간 모습을 드러냈다.
20여분 가까이 이어진 기자회견은 원맨쇼였다. 처음에는 진지했다. 볼트는 "올해가 부상에서 복귀한 뒤 맞는 첫 시즌"이라며 "세계기록수립보다는 세계최고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전설'을 얘기했다. 볼트는 "이번 대구 대회는 육상계에서 전설적인 존재가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라며 "첫 단계를 잘 밟아야 두번째 단계로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우승할 것이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후에는 쇼타임이었다. 중국 기자 한명이 손을 들었다. 대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6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언제 결혼할거냐?"고 물었다. 폭소가 터져나왔다. 볼트는 갑자기 난감한듯이 눈을 가렸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찌할바를 몰랐다. 웃음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개인적인 것이라서 부끄럽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브라질 기자의 질문이었다. 그는 "나는 브라질에서 왔다. 그래서 축구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언제부터 축구를 할 건가?"라고 물었다. 더 큰 폭소가 터졌다. 볼트는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28세 이후가 될 것이다"고 답했다. 모든 기자들이 볼트가 28세 되는 해를 머리속으로 계산하던 찰나였다. 볼트는 단 한마디로 덧셈을 소용없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맨유가 나를 불러준다면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겠다." 볼트는 맨유의 광팬이다. 물론 맨유에서 볼트를 선수로 불러줄리는 없다. 결국 계속 육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도 "맨유가 올 시즌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또 하나의 질문은 '슈퍼스타가 된 이후 사람이 변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볼트는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자동차를 좋아해서 몇 대를 사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이다"고 했다. 절대 변하지 않는 이유가 압권이었다. 볼트는 "내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한다면 내 아버지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재치있게 답변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볼트는 단체 사진 촬영까지 흐르는 음악에 맞춰 랩을 하거나 홀로 춤을 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지만 이날은 세계에서 가장 끼많은 사나이기도 했다. 대구=이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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