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자배구대표팀이 김사니(30·흥국생명)없이 아시아선수권을 치르게 됐다.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0)을 비롯해 이춘표 대한배구협회 전무이사, 류화석 국가대표 관리 이사는 24일 서울 도곡동 협회 사무실에서 아시아선수권(9월15~23일·대만)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확정짓기 위해 자리를 가졌다.
'뜨거운 감자'는 김사니였다. 김 감독은 그랑프리를 치르면서 안쓰러움에 몸둘 바를 몰라했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세터 이숙자(GS칼텍스)때문이다. 2시간도 채 서있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다. 대회 때는 물리치료와 진통제 투혼을 펼쳤다. 다른 포지션도 수술이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세터 교체가 절실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김사니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사니도 부상 중이다. 왼 어깨 근육 파열과 염증으로 재활하고 있다. 당연히 흥국생명 측에선 차출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협회 지정 병원에서 의무 이사의 진단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소견은 애매모호했다. 결국 '뛰겠다'는 선수의 의지와 선수의 몸상태를 배려하는 감독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그랑프리에서 감독이기 이전에 선수들의 아버지였다.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개선시켜주는 역할이 자신의 임무 중 하나라고 여기는 지도자였다. 그만큼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챙긴다. 김 감독의 김사니 활용 방안은 이렇다. 아시아선수권의 분수령이 될 태국과 카자흐스탄전에만 투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재를 해야 할 국가대표 관리 이사는 구단 편이었다. 류 이사는 흥국생명과 세화여고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국가대표 관리 이사다. 선수 차출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팀 감독에게 온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팀 소속 선수를 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비쳤다. 결국 갈등의 끝은 사의 표명이었다. 류 이사는 사표를 던졌다.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일단 사태는 일단락됐다. 감독이 한발 물러섰다. 김사니없이 아시아선수권 3위(일본 자동출전) 안에 들겠다고 공언했다. 25일 이효희(IBK기업은행)과 이재은(한국도로공사)을 뽑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단-협회가 일심동체가 되지 못했다. 씁쓸함을 남겼다. 과연 감독이 뽑고 싶은 선수를 뽑을 수 없는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