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4일(현지시각) 최고경영자(CEO)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단순히 한 회사의 CEO로서가 아니라 현시대 IT 산업을 가장 앞에서 이끌어가는 브레인이 돌연 현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전세계 IT 관련 기업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놀라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잡스는 '만일 내가 애플의 CEO로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날이 오면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가 항상 말해왔다. 불항하게도 바로 그날이 왔다'로 시작하는 서한을 애플 이사회와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서한에 '이후 이사진의 동의를 통해 이사회 의장과 임원, 애플의 직원으로서 일하길 희망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록 애플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잡스가 최종결정권한을 가진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음반시장 판도를 바꾼 아이팟과 아이튠즈,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정점에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기획한 장본인이자 특유의 고집으로 일반 유저들이 깜짝 놀랄만한 제품을 기어이 만들어내도록 이끈 이가 잡스이기 때문이다. 애플 뿐만이 아니라 현재 헐리웃 최고의 에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키워내기도 했다.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갑작스런 사퇴의 원인은 역시 건강 문제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잡스가 선택한 사퇴 시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은 스마트폰 업계 1위를 지켜나갈 아이폰의 후속모델 아이폰5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 10월 발표설이 유력한 가운데 아이폰 사용자들은 물론 전세계 IT 업계 관계자들은 '과연 잡스가 어떤 디자인과 최신사양의 신제품을 발표회장에서 소개할까'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잡스의 건강이 다시 악화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잡스는 2009년 간이식을 받았으며 계속 건강이 나빠져 올해 1월에도 병가를 낸 바 있다. 지난 3월 아이패드2를 소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는 했지만 이미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등을 통해 너무나 야윈 모습을 보여 그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일단 잡스는 자신의 역할을 이어나갈 후계자를 직접 지목했다. 바로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이다. 쿡은 잡스가 병가를 냈을 당시에도 임시CEO로서 애플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잡스의 사퇴 발표 직후 애플의 주가는 7% 가까이 추락하는 등 흔들리고 있다.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