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경기 중 98경기 출전, 결국 타격감까지 무너졌다.
LG 조인성이 23일 잠실 넥센전에서 6타수 무안타 5삼진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삼진 5개는 한경기 최다 삼진 타이기록. 비단 이번 경기만 부진한 것이 아니다. 8월 들어 15경기서 홈런 없이 2할2푼의 타율에 3타점만을 기록중이다.
5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조인성은 1회말 1사 1,3루의 찬스에서 들어선 첫 타석부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상대 선발 김상수의 117㎞짜리 커브가 원바운드되자 급하게 방망이를 멈췄지만 스윙으로 인정됐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낙차 큰 커브에 세차례나 헛스윙을 연발했다. 5구째 109㎞짜리 커브가 또다시 바운드됐지만, 마치 골프 스윙을 하듯 방망이와 함께 몸이 완전히 돌아갔다. 5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오재영의 114㎞짜리 커브를 방망이에 맞췄지만 윗부분에 맞으면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7회 1사 3루서는 이정훈의 홈플레이트에 바운드된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9회 1사 1,2루 찬스에서는 풀카운트서 손승락의 몸쪽 직구를 그대로 바라보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5-6으로 역전된 연장 11회말에는 이보근의 높은 직구에 헛방망이를 돌렸다.
조인성은 이날 무려 3차례의 득점 찬스를 날리면서 팀의 5대6 패배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조인성과 상대한 넥센 5명의 투수 중 김상수, 오재영, 이정훈은 커브와 포크볼 등 떨어지는 공으로 승부했다.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상대팀은 조인성의 약점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거포형 타자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뷔 최다인 28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물오른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는 3할1푼7리로 데뷔 처음 3할을 넘으며 정교함까지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정교함이 떨어졌다. 지난해를 생각하며 큰 스윙을 일삼는 것이 문제다. 컨택트 위주의 스윙이 아닌, 큰 스윙이 계속되자 상대팀 역시 떨어지는 유인구 등으로 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공이 배트 중심에 맞지 않으면서 타격폼 또한 무너졌다. 이날 원바운드되는 공에 헛스윙할 때마다 몸이 앞으로 쏠렸고, 스윙 뒤에는 몸이 크게 돌아갔다. 조급함으로 인해 상체가 먼저 나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조인성과 같은 힘을 가진 타자는 하체를 단단히 받쳐 놓고 하체에서 상체로 부드럽게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무너진 밸런스로는 배트에 맞아도 장타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LG의 조인성에 대한 의존도다. 조인성은 올시즌 팀이 치른 99경기 중 98경기에 출전했다. 8개 구단 주전 포수중 최다 출전이다. 시즌 초반 심광호가 17경기, 최근에는 김태군이 16경기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태고 있지만, 백업포수가 들어갔을 때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면서 팀은 조인성을 계속해서 기용하고 있다. 다른 포지션보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다. 또한 그는 올해 37세의 노장이다.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무리한 출전 속에 타격감까지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23일 경기서도 김태군이 선발 포수로 출전했지만, 조인성은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선발에서 제외해 푹 쉬게 해주는 편이 팀과 본인을 위해 좋았을 수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