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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뷔한 봉태규, "겉치레 벗어던지고 초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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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임에도 크게 소리소문 내지 않고 뮤지컬에 출연 중인 스타가 있다. 봉태규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폴링 포 이브'에서 주인공 아담을 열연하고 있는 그를 극장 앞에서 만났다. 그런데 대로변에서 슬슬 걸어온다. 왜 거기서 오느냐고 묻자 "지하철 타고 왔어요"라며 씩 웃는다.

"전 지하철이 가장 편해요. 모자 쓰고 타면 아무도 몰라봐요."

가식인가? 하고 마음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으나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차가 없단다.

"뮤지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은 (이)정미 덕에 출연하게 됐어요." 이정미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로 이번 작품에서 이브를 연기하며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일 낮공연을 봤다고 했더니 화들짝 놀란다. "무대에서 꽈당 넘어지고, 웃음이 터져나오고… 정말 창피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하필 그걸 보시다니…"라며 굉장히 겸연쩍어 한다.

스크린에서 맹활약해온 그는 언제부턴가 충무로를 떠났다. 그러더니 2009년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했고, 지금은 뮤지컬에 도전 중이다. 그 사이에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청춘 그루브'를 촬영하긴 했으나 뭔가 사연있는 행보임에 틀림없다.

"2008년에 영화 '가루지기'가 개봉하고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었어요. 영화사이트 평점에서 1점대를 기록하자 선동열 통산 방어율에 도전한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요.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러는거야, 억울한 생각이 들었는데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다 맞더라고요."

'가루지기' 사태는 결과적으로 그에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유명세에 취해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약간의 성과에 자만심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옷도 좋은 옷, 밴도 크고 비싼 것을 원했다. "겉치레에 빠져있던 거지요. '가루지기'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해줬어요."

초심을 되찾으려고 했다. 차도 팔아버렸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한 배우생활이라 기초를 다지고 싶었고, 순례자처럼 평소 동경과 컴플렉스를 느꼈던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연극에 이어 큰 스포트라이트 없이 소극장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이제야 데뷔 때 마음을 되찾은 것 같아요. 큰누나가 얼마 전 공연을 본 뒤 '니가 이제 머리에서 똥이 빠졌구나' 하시더라고요.(웃음)"

연기를 시작하면 자신을 '학대'하는 스타일이다. 처음하는 뮤지컬이라 더 긴장했더니 가뜩이나 많지 않은 몸무게가 무려 6kg이나 줄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노래를 무조건 잘 불러야하는게 아니라 노래로 연기를 해야하는구나라는 깨달음도 느꼈고, 그동안 너무 습관적인 연기에 내가 갇혀있었다는 반성도 했어요. 춤도 추고 동작을 크게 하다보니 내 몸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는 자신이 출연하지 않는 날에도 극장을 찾아 동료들의 공연을 빠짐없이 다 보았다. 뮤지컬 신인으로서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봉태규가 그래도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그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 역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얼굴이 정말 편안해 보였다.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