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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결산]한국女배구 '제2의 김연경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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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경을 키워라.'

2011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배구에 던져진 제시점이다.

한국은 그랑프리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5승 4패(승점 13)를 기록, 9위에 머물렀다. 김형실 감독을 비롯한 홍성진 신만근 코치, 주장 이숙자(GS칼텍스)를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이 한달간 외쳤던 '마카오, 고(GO)!'가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박수받을만 한 성적이다. 사실 대회가 열리기 전 1승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있었다. 또 지난 5월 2010~2011시즌 V-리그가 끝난 뒤 2개월을 쉰 탓에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한 마디로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처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표팀 분위기는 역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하고자하는 의지가 높았다.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항상 서로를 배려했다. 자칫 실수가 나오더라도 남을 탓하지 않았다.

정점은 폴란드에서 찍었다. 세계랭킹 8위 쿠바를 3대2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7위 폴란드도 3대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25위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3연승을 달렸다. 게다가 일본 도쿄로 이동해 6전 전승을 달리고 있던 러시아(세계랭킹 5위)마저 3대2로 꺾었다.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지만, 승리에 대한 선수들의 투지가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고갈된 체력으로 일본과 세르비아의 벽을 넘긴 힘들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앞서가다가도 번번이 역전을 당했다.

공격도 점점 김연경(23·터키 페네르바체)에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선 확실한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예선 9경기를 치르면서 194득점(블로킹 13득점, 서브 8득점)을 책임졌다. 총 득점 부문 1위에 올랐다. 2위 에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162득점)에 32득점차로 앞섰다.

하지만 김연경도 막판에는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상대 블로킹 위에서 내리꽂는 위력적인 스파이크는 세르비아전에서 연타로 변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라이트에선 황연주(현대건설), 레프트에선 한송이(GS칼텍스)가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연경같은 선수가 한명만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격도 되고 수비도 되는 전천후 선수를 말하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불안한 서브 리시브를 꼽는다. 빠른 배구를 위해선 안정된 서브 리시브가 첫 번째다. 그러나 흔들리는 서브 리시브에 좀처럼 추구하는 배구를 하지 못했다. 세계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선 필수요소다. 김연경은 디그 부문에서도 리베로 남지연(디그 102개)에 이어 팀 내 2위(68개)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보였다.

김연경이 미래라는 것은 강호 일본도 인정했다. '100년에 한번 나올 법한 선수'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김연경은 '로봇'이 아니다. 혼자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나가기엔 다소 벅차다는 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났다. 코트 밖에선 분위기메이커였고, 안에선 월드스타였지만 한계가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의 조화 속에 '제2의 김연경 키우기' 프로젝트가 조속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