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10시. 동대구역에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대구에 입성한다는 소식에 환영 인파가 몰렸다. 이윽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과 함께 입구쪽으로 플래시가 터졌다. 하지만 여러 명의 외국인 속에서 누가 피스토리우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한참을 응시하다 두 손을 들고 화답하며 환하게 웃는 이가 피스토리우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피스토리우스를 단박에 알아보지 못한 것은 그가 일반인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나왔다.
알고보니 그는 일반 의족을 끼우고 나왔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니 사람들이 일순간 헛갈린 것이다. 운동할 때 끼우는 J자 모양의 의족만 사진과 영상으로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대명사인 J자 모양의 의족 '플렉스-풋 치타'(탄소 섬유 재질)는 커다란 배낭 속에 넣어 매고 왔다.
그는 편안한 반바지 차림으로 왔다. 의족이 훤히 드러났다. 무릎 아래 종아리를 절단하고 의족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의족을 단지 신발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씨도 고왔다. 비행과 KTX 이동시간을 합쳐 족히 20시간의 이동시간이 여독이 있었을텐데 30여명의 팬들이 환대하자 연신 웃어보이며 "생큐"를 연발했다. 팬들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건냈다. 팬들과 단체 사진촬영을 위해 큰 키(의족을 끼운 공식 신장은 1m86)을 낮춰달라는 부탁을 하자 흔쾌히 무릎을 굽혀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줬다. 그는 "한국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기쁘고 흥분된다. 시간이 된다면 한국 문화도 익히고 싶다"며 "첫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만큼 소중한 경험을 쌓겠다"고 말했다.
대구=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