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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프로리그' 결승전이 한국 e스포츠에 던진 3가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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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 결승전은 KT 롤스터의 2연패로 막을 내렸다.

당초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의 영향에다 중국 정부의 비협조로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재개된 결승전이었기에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선보인데다 이를 보기위해 1만명 가까운 팬들이 운집, 비교적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e스포츠는 3가지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선 결승전 맞상대인 KT나 SK텔레콤처럼 많은 투자를 한 팀들이 '명불허전'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자 최고의 라이벌인 두 팀은 역대 세번째로 만난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다. 비록 KT가 이영호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한 덕에 가까스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지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탄탄한 전력을 가진 SKT라는 상대가 없었다면 이런 감동 드라마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KT와 SKT는 역대로 팀에 많은 투자를 하며 훌륭한 스타 선수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SKT의 김택용 정명훈, KT의 이영호 김대엽 등 에이스 선수들은 기대에 걸맞게 승리로 보답했다.

또 팀에선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연봉의 대폭 인상과 해외 포상휴가 등을 내걸며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현시키기 위해 선수단에게 보약까지 지급하며 공을 들였다. KT의 경우 팔 부상으로 수술을 앞둔 이영호의 컨디션 상승을 위해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하기도 했다. 자사의 프로농구단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음에도 결국 시즌 챔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프로게임단이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난관을 뚫고 우승을 차지하자 KT 이석채 회장으로부터 "KT 롤스터가 보여준 팀워크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근성은 그룹 문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e스포츠가 여전히 10~20대에게 경쟁력 높은 콘텐츠라는 것이 재입증된 것도 큰 소득이다. 온게임넷을 통해 생중계된 결승전은 평균 시청률 1.777%(16~19세 남자, TNmS기준)을 기록하며 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공중파로 따지면 20%가 넘는 엄청난 수치다. 특히 7세트 에이스 결정전에선 최고 시청률이 2.514%로 급증하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e스포츠이지만, 여전히 10대들에겐 최고의 콘텐츠라는 것이 입증된 셈. 각종 포털사이트가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이름이나 관련 검색어로 도배된 것은 물론이었다.

이밖에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생중계되기도 했다. 상하이 결승전 당시 현장에 몰려들었던 엄청난 중국팬들을 고려한 배려였지만, 그만큼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등 e스포츠가 한국을 대표해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문화-스포츠 콘텐츠라는 점이 다시한번 입증된 계기가 됐다.

어쨌든 이번 결승전은 몇몇 팀의 해체설에다 스폰서 영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등 위기상황에 몰린 한국 e스포츠에 큰 용기를 준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