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팬들의 잇따른 집단 행동에 곤혹스럽다.
롯데와의 4강 싸움에서 밀리면서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에 울분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광주로 이동하던 날 잠실구장에 10여명의 팬들이 나타났다.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욕설을 퍼부은 팬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선수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치하기도 했다.
소규모 집회였기 때문에 큰 불상사는 없었다.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이 끝난 뒤에도 팬들은 모여들었다. 롯데에게 패하자 화가 난 LG 팬들은 또다시 경기장 중앙 출입구를 막고 박종훈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날은 홈 경기였던 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중앙 출입문을 이용하지 않고, 야구장 외야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충돌을 피했다.
일명 'LG 청문회'는 결국 세 번째 집회였던 18일 벌어졌다.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 또다시 패하자 수천명의 LG 팬들은 구단 버스를 막고 박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다음날 삼성과의 원정 경기를 위해 대구로 출발해야 하는 선수단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어쩔수 없이 박 감독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감독이 상기된 얼굴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응원해달라"는 사과의 말을 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돼 선수단은 밤 11시가 넘어서 대구로 출발할 수 있었다.
화가 난 팬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LG에게 분명 기회가 남아 있는 시기다. 굳이 감독이 팬들 앞에 나서 해명을 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팬들을 만나 사과를 하기 보다는 팀을 추스리는데 더 집중해야 할 시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다.
청문회를 주도한 일부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청문회'를 예고했다.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차례 모두 공지됐다. 구단 프런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기에 패할 경우엔 소요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8일은 이동일이었다. 다음날 경기를 준비해야 할 LG 선수들은 팬들의 집단 행동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하루였다. 만약 구단 프런트가 사전에 이 사실을 파악하고 미리 대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롯데처럼 선수들의 동선에 사설 경비원들을 배치했다면 시즌중에 이같은 부끄러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