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잘 하는 개그맨이 있었다라는 말을 듣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겁니다."
'달인' 김병만이 나약해진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던지기 위해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에세이를 출간했다.
조금은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처럼 살고 싶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을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자전에세이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과 성실로 대변되는 달인정신을 고스란히 녹아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유아부터 30대 중반 현재까지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 시험 낙방과 함께 한 때는 삶을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었던 사나이가 어떻게 성실함을 무기로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김병만은 18일 오후 3시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보다 더 멋지게 살아오신 분들도 많으신데 책을 내려고 하니 쑥스러웠다"며 책을 출간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병만은 "KBS1 일일극 '다함께 차차차' 출연 당시 만난 김응진 드라마국장님께서 '네가 데뷔 때부터 고생해온 스토리를 개그맨 지망생들과 정신이 나약해진 젊은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5~6개월 전부터 책 출간을 준비해온 그는 책 제목을 정하는 게 고민이었다고 했다.
"예전부터 끼가 많은 후배들이 데뷔하자마자 폭발력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걸 보고 부러워하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할까' 자책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나니까. 가늘고 길게 가자'라고 생각했죠. 작은 역할이라도 매주 부지런히 무대에 올라 열심히 하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했어요. 인터뷰를 할 때도 거북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고 고백했어요. 토끼는 빨리 가지만 중간중간 쉬기도 하잖아요. 저는 느리니까 쉬지 말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목에 거북이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그의 책에는 가난했던 집안 사정으로 부모를 원망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는 이날 어머니 이야기를 하던 중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달인'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후배 개그맨 류담과 노우진도 참석했다.
류담은 "거북이라는 표현은 김병만씨한테 딱 맞다. '달인'이라는 코너는 김병만씨에게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형이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한 곳에만 머물러 있다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저는 형의 재능을 알고 있었다"며 "책이 아닌 현실에서 늘 보고 있지만 형으로 인해 저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김병만의 책 출간 소식에 동료 개그맨이자 절친인 이수근은 웃으면서 "잘 했다"는 말로 응원을 해줬다고. 김병만은 "이수근에게도 책을 내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마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고생을 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달인' 팀은 앞으로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