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이 시즌 후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지 하룻만에 경질되면서 야구계 전체가 시끄럽다.
충격의 여파가 여전하지만, 그런 가운데 올 시즌이 끝난 후 감독과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야 할 여러 팀들에게는 고민해야 할 엄청난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어쨌든 이제는 전임자가 된 김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 전 삼성 감독, 김경문 전 두산 감독,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등 지난해 4강을 이끌었던 4명이 모두 시즌 후 감독 하마평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올 겨울 감독 영입전에 태풍이 일 전망이다.
특히 감독 자리가 아예 공석인 신생구단 NC다이노스의 입장에선 더욱 상황이 복잡해졌다. 적어도 겉으로 그렇다. 하지만 신생팀으로선 영입 리스트가 풍부해지는 것이 반가울 뿐이다.
4명의 감독은 NC의 가장 유력한 초대 감독 후보군임에는 분명하다. 4명 모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데다, 뚜렷한 개성으로 저마다의 팀 컬러를 일구는 등 이미 검증된 지도자이기 때문. 4인4색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김성근 전 감독, 김경문 전 감독은 유망주를 잘 키우거나 발굴해 완성된 선수로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면, 선 전 감독과 로이스터 전 감독은 훌륭한 선수들을 잘 조합해 '보배'로 만드는데 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특유의 지옥훈련으로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명문 구단 반열에 올려놨고, 김경문 감독은 끊임없이 신인이 발굴되는 '화수분 야구'로 야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 없이 신인이나 중고 선수들로 팀을 꾸려야 할 신생팀의 입장에선 전자의 능력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존 리스트에 김성근 감독이 포함된 것이 NC로선 '행복한 고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 전 감독은 전설로 불리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고, 로이스터 전 감독은 한국 야구 최초의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이라는 화려한 간판으로 선수 장악능력이 뛰어나다. 초대 감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선 감독은 '국보 투수'답게 뛰어난 투수 조련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일군 장본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화끈한 공격야구라는 롯데의 팀 컬러를 만들었다. 2013년 프로야구 1군에 입성한 후 단기간에 바람몰이를 해야 할 신생팀으로선 꼭 필요한 요건이다.
엔씨소프트 고위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4명의 감독분 모두 훌륭하시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모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장점이 뚜렷하신 분들이라 영입을 할 때 고심이 많을 것 같다"면서도 "선수 수급 문제가 더 시급하고 기존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누구를 감독으로 모실지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본다"고 말했다.
어쨌든 신생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4명의 감독 후보군을 제외한 깜짝 발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구단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성향을 감안해볼 때 기존 구단의 감독 영입전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후 초대 감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두산을 비롯해 성적이 부진한 구단 등도 이번 겨울 뜨거운 감독 영입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