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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감독 "갈 곳 없어도 재계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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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폭탄발언은 벼랑 끝 선택이었다.

사실 현장에서 사령탑의 속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야구장에서 인터뷰는 형식적인 문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부담감, 선수들의 연습을 일일이 살펴야 하는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재계약 확정 논란은 지난 6월부터 진행됐다. 당시 SK 구단은 재계약 확정 방침이 내려온 상황이었다. 김 감독 역시 마다할 리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꼬였다. SK 구단 측은 재계약에 대해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끝낸다는 방침에서 시즌 후 계약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

김 감독은 "재계약 확정방침은 구단 사장에게 들었지만, '모 인사에게 재계약 부분에 대한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고, "감독도 재계약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있다"며 맞섰다. 결국 재계약 확정방침은 꼬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기자는 개인적인 만남을 요청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끝나고 떠난다"는 폭탄발언을 하기 정확히 1주일 전이었다.

지난 10일 전화로 들려온 대답은 "내일 숙소인 리베라 호텔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11일 오후 3시 기자는 리베라 호텔 라운지에서 김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충격적이었다. "올해를 끝으로 프로야구 감독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사실 빛나는 업적을 남겼지만, SK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김 감독의 진로는 불투명했다. 야구에 관한 소신과 원칙을 꺾지 않는 김 감독의 성향을 프로야구 모든 구단의 수뇌부들은 너무나 껄끄러워하는 게 사실. 우승을 염원하는 많은 특정 구단의 팬이 김 감독의 취임을 원하는 게 사실이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SK와 재계약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지금 상태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시즌이 끝난 뒤 세부계약조건에 대해 구단이 얘기하자고 하는데, 당연히 코치 축소나 전지훈련 일정 조정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감독 연봉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SK 구단 측은 감독과의 재계약을 얘기하면서 "최고대우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가 4년간 한국시리즈에 연속으로 진출하고, 세 번이나 우승한 것은 나와 선수들이 피땀을 흘린 것이다.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건드린다는 것은 내 야구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재계약을 해봐야 SK다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어느 정도까지의 타협선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확실한 걸 좋아한다. 지금까지 구단과의 마찰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악수 한 번 하고 술 한 잔 먹으면 풀리는 거 아니냐"며 "문제는 계약조건에 대해서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답답하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 아니냐.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구단 쪽에서 '이런이런 계약조건이 있다'고 제시해준 뒤 내가 마음에 들면 하는거고, 아니면 안하면 되는거 아니냐. 만약 필요가 없으면 하지 않으면 되는거고"라고 설명했다.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이뤄냈던 성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바쁜데, 외부적인 문제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 재계약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와 SK 구단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해결'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떠난다"는 폭탄발언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