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대행의 기자회견은 독특했다.
18일 오후 문학구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이 대행이 대전에서 택시편으로 급하게 올라온데다 경기 준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은 숨가쁘게 빨리 진행됐다.
포스트시즌에 나갈 팀의 감독이 해임된 것 자체가 엄청난 사건이다. 게다가 '팬티 퍼포먼스'의 주인공인 이만수 감독대행이 바통을 이어받게 됐으니 언론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프로야구 역대 감독대행 가운데 가장 거창한 기자회견을 가진 케이스로 남을 것 같다.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만수 대행은 "김성근 감독님의 좋은 점을 유지하면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즌을 마치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내 스타일대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감독대행은 보통 시즌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선수단을 잘 꾸려서 시즌을 무사히 마치도록 하겠다"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만수 대행은 순간적이긴 하지만 3개월후를 언급했다.
곧이어 내년 거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만수 대행은 "감독대행을 맡는다고만 들었다. 다른 얘기를 들은 건 없다"고 한발 뺐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대다수 관계자들로부터 "이만수 대행이 실질적으로는 감독직을 보장받았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시즌중이고 또한 김성근 감독을 마치 밀어낸 것 같은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독대행으로 발표한 것일 뿐, 실질적으론 감독 취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SK는 감독대행임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구단의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돌출돼 나온 '후배 차기 감독'이 이만수 감독대행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만수 대행은 올해말 정식 감독 취임이 예정돼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한편, 이날 이 대행은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은 "남은 시즌을 잘 치르고 시즌 끝난 뒤에는 대행 꼬리표를 떼시라는 덕담을 했다"고 말했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