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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택배 시스템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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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23·잉글랜드 볼턴)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고, 한-일전에서는 0대3으로 참패했다. 그런데 17일 팀 전력의 핵인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이 팀 훈련 중에 왼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조광래 축구 A대표팀 감독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질 것 같다. 다음달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앞두고 있는 대표팀의 볼 '택배시스템'이 마비된 셈이다.

아직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구자철은 최소 한 달 이상 출전이 불가능하다. 대표팀은 당장 9월 2일 레바논과의 홈 1차전, 9월 6일 쿠웨이트와의 원정 2차전을 구자철 없이 치러야 한다.

구자철과 이청용은 빠른 템포와 정교한 패싱게임을 강조하는 '조광래 축구'의 핵심 멤버다. 조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다. 둘의 전력 이탈은 다른 선수의 공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팀 공격과 패스의 중심에 있던 둘이 빠져 당분간 조광래 축구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게 됐다. 최전방으로의 원활한 볼 배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까지 가능한 구자철은 시야가 넓고 패스 타이밍이 좋으며, 빠른 공간 침투 능력에 득점력까지 갖췄다. 조 감독으로선 이청용과 더불어 가장 믿을만한 카드 두 장을 잃은 셈이다.

조 감독은 이청용이 다치자 구자철을 지난 10일 한-일전(0대3 패)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구자철의 주 포지션이 아닌데도 그의 축구 센스, 축구 지능을 높이 산 것이다.

조 감독은 레바논, 쿠웨이트전에 지동원(20·잉글랜드 선덜랜드)과 손흥민(19·독일 함부르크)을 좌우 측면에 내세우고, 구자철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경험이 적은 지동원 손흥민을 뒷받침하는 역할까지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청용에 이어 구자철의 부상으로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하는 상황이다.

한-일전 때 차출하지 않았던 손흥민과 지동원이 3차 예선부터 합류하지만 둘은 어디까지나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다. 구자철이나 이청용의 정확도 높은 패스와 크로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장이자 최전방 공격수인 박주영(26·AS 모나코)이 이적 팀을 찾지 못하고 경기력이 떨어져 걱정하고 있는 조 감독이다. 구자철과 이청용의 공백이 곧바로 대표팀 공격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자철은 지난해 12월 시리아와의 친선경기부터 A매치 12경기 중 11경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온두라스전 때 소집되지 않았는데 독일 진출 후 팀 적응에 집중하라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배려 차원이었다.

이청용에 이어 구자철의 부상으로 대표팀이 비상사태를 맞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