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의 오랜 꿈이 이뤄졌다. 메이저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비장애인과의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은 그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는 대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과정은 험난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20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육상대회에 참가했다.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마지막 대회였다. A기준기록(45초25)를 넘지 못하면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절박했다. 45초07. 개인 최고 기록으로 A기준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그의 의족을 두고 형평성을 문제삼았지만 남아공육상경기연맹은 피스토리우스를 대표로 선발했다. 남자 400m와 1600m계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종아리 없이 태어난 한 남아공 젊은이의 꿈을 향한 도전은 벌써부터 전세계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피스토리우스가 스포츠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소감을 전했다.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나에게 정말 특별하다. 남아공을 대표해 뛰게 되어 기쁘고 자랑스럽다. 요즘은 오직 훈련과 대회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최상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욱 기대된다. 한국을 방문했던 친구들이 흥미로운 나라라고 하더라.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
-이번 대회 목표는.
▶매우 간단하다. 레이스에 나설때마다 최고가 되는 것이다.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계속해서 자신을 이겨낸다면 기량은 향상될 것이다. 대구에서 내 최고 기록(45초07)에 근접하게 뛰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오랜시간동안 메이저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꿈꿨다. 이번에 그 꿈이 이뤄져서 매우 자랑스럽다. 내 이력 중 가장 위대한 일로 기억될 것이다.
-전 세계 장애인들의 희망이 됐다.
▶내가 항상 말하던 문구가 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장애인이 아니다. 능력을 가졌다면 비장애인이 될 수 있다."
-7월 20일 이탈리아 대회에서 극적으로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을 통과했다.
▶내가 45초07의 기록을 뛰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지난 2년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2년동안 아무런 부상이 없었기에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이 마음에 드나?
▶사실 그 자체니 마음에 안들리가 있나. 내 책 제목도 '블레이드 러너'다.
-의족을 차고 달릴때 통증이나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난 17개월 됐을때부터 의족을 사용했다. 비장애인의 다리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못 느낀다. 의족은 그냥 내 다리다. 내 부모님은 내가 마음속에 꿈꾸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선수와 훈련 방식에 차이가 있나?
▶분명 몇가지 차이는 있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그들만의 훈련 방식이 있다. 나는 코치와 함께 체중 대비 근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2년동안 훈련을 잘 진행해서 지금까지 왔다.
-스포츠맨으로 알려졌다. 다른 종목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은 없나.
▶나는 모든 운동을 좋아한다. (피스토리우스는 학창시절부터 럭비 폴로 테니스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미 해봤기 때문에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