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채널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류라 하면 일본과 중화권을 포함한 아시아를 배경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병헌은 더 나아갔다.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서 카리스마 있는 악역을 소화, 할리우드에 진출한 국내 배우로서는 드물게 흥행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지.아이.조 2'에서는 비중이 더욱 늘어난다고 하니, 의미있는 성과다. 그동안 쌓아왔던 연기 내공도 뒷받침됐지만, 무엇보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해외 시장을 차근히 준비해 온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병헌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수 있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를 만나 해외 진출 전략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들어봤다.
▶양보다 질, 맞춤형 매니지먼트
처음에는 이병헌의 1인 기획사로 시작됐다. 직원 5명의 소규모 회사에서 이병헌과 함께 성장한 BH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고수, 한채영, 김민희, 한효주, 진구, 배수빈 등 10여 명의 주조연급 배우들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로 발전했다. 손 대표는 "BH는 배우들에게 집중하는 소속사"라며 맞춤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배우들 개개인 성향과 능력에 맞춰 플랜을 짜는 편이다. 아무리 신인이라도 가능성 있는 전략만 준비된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여기에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BH는 그래서 10여명의 배우 숫자를 넘기지 않을 계획이다. 무작정 배우들의 수를 늘리기보다, 소속된 배우들에 특화된 매니지먼트를 지향한다.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병헌이 하필 미국으로 간 이유는?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을 도운 것도 맞춤형 매니지먼트다. 손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 우선, 배우가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수들의 경우 외국어를 달달 외워 매달 한 곡씩 발표해서 팬들과 접촉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배우들은 다르다. 드라마나 영화가 보통 1년 주기의 사이클인데다, 어설프게 외국어를 좀 한다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는 편이다." 이병헌의 경우, 대부분의 한류 스타들이 일본과 중화권을 공략할 때,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노크했다. "이병헌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쪽에서 활동이나 팬미팅, 프로모션, CF활동 등 한계가 있다. 오히려 영어권에서 활동을 집중할 수 있는 최선의 서포트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병헌을 위해 10여 년 넘게 공들여 온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지금 다른 배우들에게도 유용하다.
▶같은 소속사 배우라도 외국에선 달라
이병헌은 현재 미국에서 에이전시 WME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WME는 300여 명의 소속 에이전트가 소속된 거대 에이전시로 국내 스타로는 '로스트'의 김윤진, 가수 비, 박찬욱 감독 등이 소속됐다. 하지만 같은 소속사여도 한채영의 미국 에이전시는 다르다. 한채영은 CAA(Creative Artist Agency)가 맡고 있다. CAA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브래드 피트,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윌 스미스 등이 소속된 미국 거대 에이전시다. "한류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한 회사에 있는 배우들이지만, 미국에서 2개의 채널을 돌려서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각각의 인프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 경험치를 늘릴 수 있고, 2개의 채널이라 활용하기도 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채영은 드라마 '쾌걸 춘향'의 인기로 중화권 시장까지, 한효주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과 '동이'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본과 중화권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효주는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연기에도 무리가 없다.
대형 스타들을 키우는 데 따른 어려움도 많다. 한류스타들의 발목을 잡는 방해물이 여전하다고 손 대표는 지적했다. "한류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방송국과 제작사, 배우들이 모두 공정하게 믿고 거래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지상파 방송국들의 권한이 너무 세다. 종편 채널이 생기면 그 큰 권한이 다소 분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지 기대를 해본다." 김겨울·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