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파문에 이은 한-일전 3골차 참패, 악재의 연속이다.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아시아의 으뜸이 아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귀국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12일 간부회의에서 일본 축구의 철저한 분석을 지시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일본에 배울 것은 배우겠다는 의미다.
한국 축구는 기형적이다. 모든 것이 대표팀 중심이었다.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야 한다.
출발 포인트가 K-리그다. 하부구조가 튼튼해야 건강해진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젖줄이다. 일본 축구의 성장도 J-리그에서 출발했다. 선진국형 구조를 갖췄다. 승강제 시스템과 장기적인 축구 인프라 구축 등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10여년 전의 실험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났다.
K-리그가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 그동안 수도 없이 목청을 높였다. 공염불에 불과했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고개를 숙인 데는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지 않는 팬들의 책임도 있다. 대표팀의 회생을 위해서는 K-리그에 애정을 줘야 한다. 프로축구가 주목받지 못하면 정상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서도 사라질 수 있다.
조광래호도 K-리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탱하던 해외파가 무너졌다. 박지성(맨유)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이청용(볼턴)은 불의의 부상으로 6~7개월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주장 박주영(AS모나코)은 이적문제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차두리(셀틱)는 주전 경쟁에서 밀린 구도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근호(감바 오사카)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 J-리거들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못 뛰는 해외파보다 매주 그라운드를 누비는 K-리거들을 즉시전력감으로 중용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A대표팀은 K-리그 지도자들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소속팀에서도 뛰지 못하는 선수를 발탁하는 독불장군식 팀 운영은 지양해야 한다. 대표팀과 K-리그는 공생관계다. 왜 못 뛰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자문해야 한다.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1라운드가 13일과 14일 전국 8개구장에서 열린다. 순위 경쟁이 불꽃튄다. 승점 1점차인 4위 FC서울(승점 33·골득실차 +4)과 5위 전남(승점 32)이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충돌한다. 전남은 3월 20일 첫 만남에서 서울을 3대0으로 완파했다. 서울은 명예회복을 예고했다.
7위 경남(승점 31)과 8위 수원(승점 29)의 만남도 관심이다.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1~3위인 전북(승점 43), 포항(승점 37) 제주(승점 33·골득실차 +7) 등은 약체 대구, 강원, 대전과 맞닥뜨린다. 승점 3점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다.
K-리그 경기장들이 팬들의 발걸음으로 가득찰 때 한국 축구는 빼앗긴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다. 제2의 한-일전 참패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