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가 없었다. 승부조작의 여파 탓인가?"
창피함을 떠나 굴욕감마저 드는 평가다. 한-일 정기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둔 일본 선수들이 내놓은 말들은 한국 축구의 고개를 더 숙이게 만들고 있다.
사실 경기를 전후해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체적으로 평범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사실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도발도 하나의 전술이 될 수 있다. 특히 57년간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일본 선수들의 입심대결이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무게감을 넘어섰다. 내용과 결과 모두 유례가 없었던 완패였으니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무실점을 기록한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리에르세)는 일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은 패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계 자체도(그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가와시마가 K-리그 승부조작 파동의 영향을 짚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축구계는 최근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이며 요동쳤던 한국 축구계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이 돈을 받고 경기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A대표팀도 승부조작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라이벌에게는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치부가 완패를 통해 모두 드러났다.
이날 중앙 수비를 책임졌던 요시다 마야(VVV벤로)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한국 공격수들의) 잔실수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두 골을 넣으며 승리를 이끈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는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하면 한국 수비진이 따라오지를 못하더라'고 한국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나머지 선수들도 대부분 한국전 승리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맞대결에서 한국이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비수 우치다 아쓰토(샬케04)는 '한국 선수들은 피곤해 보였다. 사실 한국은 더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한국전 득점에 성공한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도 곧 시작될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지칭하면서 '아직 모든 것이 끝난게 아니다'고 승리에 도취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