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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떠난 선수들, 왜 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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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트레이드 효과일까.

올시즌 LG는 두 차례의 트레이드를 통해 세 명의 선수들을 타 팀으로 보냈다. 김광수 심수창 박병호. 모두 LG에서 데뷔해 줄무늬 유니폼만을 입고 뛰어온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이적 후 새로운 야구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시즌 중 1호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김광수는 이적 후 "마음이 너무 편하다. 부담감 없이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그는 150㎞에 이르는 빠른 직구를 가진 투수다. 지난해 68경기서 4승5패 7홀드 8세이브를 기록하며 LG의 전천후 마당쇠로 떠올랐고, 올시즌은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다. 하지만 마무리 보직의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다. 10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단 6세이브. 벙어율 5.12에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은 무려 2.28일 정도로 내용도 좋지 못했다. 이적이 결정된 뒤 "아무래도 팀 승리를 결정짓는 자리 아닌가. 중압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이적 후 처음으로 잠실 원정을 온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김광수는 당시 "한화 코칭스태프는 날 위해 부담 없는 상황에서 등판시키려고 배려해주신다. 수도권 원정 때 집에서 출퇴근하도록 해주기도 했다. 덕분에 와이프도 LG시절보다 더 많이 보게 됐다. 나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부터 사소한 배려까지 모든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만년 유망주'로 머물 것만 같았던 박병호도 넥센 이적 후 김시진 감독의 신뢰 속에 4번 타자로 기용되면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그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면서 "팀과 나 모두 잘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LG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며 자신을 자책한 바 있다.

그는 이적 후 7경기서 타율 4할(25타수 10안타)에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린 뒤 "LG 시절 1군 경기에 나서면, '여기서 못 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시진 감독은 "이적 후 박병호에게 아무런 주문도 안 했다. 마음껏 쳐보라고만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적 후 타격폼 수정 등은 전혀 없었다. 오직 마음의 짐을 덜어냈을 뿐이었다.

이외에도 LG를 떠난 많은 선수들이 이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담감이 덜하다"라는 점이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단 한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불명예를 떨쳐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때문에 트레이드나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비시즌 기간 가장 화제를 모으는 팀이기도 하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곧바로 코칭스태프의 조바심으로 이어진다. 이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 특히 1,2군을 오가는 선수들은 "이번에는 잘 해야 되는데…"라며 초조해하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이적 후 LG에서 꽃을 피우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해 SK에서 온 박현준 김선규 윤상균은 LG에서 기회를 잡았다. 최근 유니폼을 갈아입은 송신영 김성현 역시 부실한 LG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부담감'이라는 굴레에 얽매일 수 있다. 떠난 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