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었죠."
18연패의 긴 터널을 안겪어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9일 부산 롯데전서 6⅓이닝 1실점의 호투로 786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18연패를 끊은 넥센 심수창은 그동안의 고통을 얘기하며 글러브를 벗을까 생각도 했다.
10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심수창은 "연패가 계속 이어지고 그 괴로움에 방에만 박혀있는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부모님께서 '야구 그만두면 어떠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래도 야구를 그만둘 수 없었고, 나중에 아버지께서도 포기하지 말고 해보라고 격려를 해주셨다"는 심수창은 "경기 끝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는 경기 보고 우셨다더라"며 그동안 함께 마음고생한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나타내기도.
계속 이어지는 연패에 '왜 안될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나가기만 하면 승리투수가 되는 다른 투수들을 보며 난 왜 그럴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올스타전 홈런 더비 때 홈런을 치라고 던져주는 공을 하나도 홈런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타자가 있지 않나. 내가 지려고 던져도 이렇게 연패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연패동안 팬들도 그에겐 부담이었다. "어떤 팬들은 연패한다고 욕하시기도 하고, 어떤 팬들은 바로 '힘내세요'라고 말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내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2년여만에 첫승을 거둔 날은 어땠을까. 특별한 세리머니없이 숙소에서 잤다. 그저 룸메이트 박병호와 방으로 찾아온 손승락 김성태 허도환의 축하를 받으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도환이 허벅지에 멍이 들었던데 정말 고마웠다"는 심수창은 "사실 넥센에 와서 좀 서먹하고 그랬는데 나의 승리를 위해 애써주는 동료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팀에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며 어느새 넥센 선수가 됐음을 말했다.
문자메시지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축하의 글이 300개도 넘게 와 있어 읽느라고 시간이 걸렸다고. "다른 팀 선수들도 다 축하한다고 연락을 해줬다. '이렇게 다들 내 승리를 기원해줬구나'라고 생각이 드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8개구단 야구팬 전부에게 감사의 말도 했다. "자기 전에 미니홈피에 들어가봤는데 무려 1만6000명이나 오셨더라"는 심수창은 "방명록의 글을 보니 우리팬도 아닌 다른 구단 팬들도 많이 들어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18연패를 했던 날보다 1승을 한 날이 기분이 너무 좋아 잠이 잘 안왔다는 심수창은 "원래 선발한 다음날엔 러닝을 하는데 오늘 이렇게 기분좋게 러닝을 하긴 처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았다"며 홀가분한 기분을 말했다.
그렇다고 18연패의 악몽을 잊지는 않는다. "정말 1구, 1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심수창은 "또 18연패를 하려면 2년이 남아있으니까 그동안 잘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심수창은 이날 선수단과 프런트 뿐만아니라 취재진 등에도 아이스커피를 돌렸다. 승리투수가 돼서 커피나 피자를 돌리는 것도 그에겐 너무나도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