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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무대 본능', 대형 구장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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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무대'에 강하다.

조용하다가도 '판'이 깔리면 펄펄난다.

수만 관중이 꽉 들어찬 대형 구장, 먹거리를 먹던 손길울 잠시 멈추고 숨죽인 시선들이 모이는 승부처에서 스타는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 어김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가장 강했던 팀으로 평가받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은 유독 잠실에서 강했다. 고작 1만명이 조금 넘는 수용 한계에 갇힌 홈 광주구장 탓에 번번이 상경해 치러야 했던 한국시리즈 후반 경기. 타이거즈 선수들은 잠실에서 호각세 시리즈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리곤 했다. 당시 타이거즈 선수들은 3만 관중 시선 아래 터질듯한 긴장감을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당시 전성기를 이끌던 주역 중 타이거즈에 남아있는 수퍼스타 이종범(41).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종범의 '무대 본능'은 명명하게 살아있다.

세월의 풍상은 '바람의 아들'에게도 공평하게 생채기를 입힌다. 매 시즌이 생존을 위한 도전이다.

하지만 전성기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 있다. 바로 큰 구장에서의 놀랄만한 집중력이다. 이종범은 지난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0-4로 뒤진 6회 투런 홈런을 날렸다. 체념을 희망의 분위기로 바꿔놓은 천금같은 한방이었다. 시즌 3호 홈런. 공교롭게도 3개 모두 문학구장에서 나왔다.

그래서 '문학구장 혹은 SK와의 궁합'을 물었다. 이종범은 "글쎄, SK라 특별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홈런이 모두 여기(문학)에서 나온 건 맞는데 사실 잠실에서도 썩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많은 관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더 집중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종범은 9일 현재 문학구장에서 16타수7안타(0.438), 3홈런, 4타점, 4득점, 3볼넷을 기록중이다. 잠실구장에서도 37타수13안타(0.351), 5타점, 7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무대 본능'. 진짜 무대 가을 잔치에서 백전노장 이종범의 존재감과 활약에 대한 기대를 숨길 수 없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