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라이벌전, 또는 지역 호적수끼리의 혈투인 '더비'가 재미있는 것은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기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정정당당함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신경전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한일전은 히딩크 감독, 본프레레 감독 등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사령탑들도 익히 알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라이벌전이다. 일본의 자케로니 감독도 "그 분위기를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10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이번 한일전은 시작부터 열기가 고조됐다. 20년전에는 한국보다 두 수 아래, 십수년전에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일본은 2000년대 들어 대등한 경기가 가능해졌다. 이에 한발 나아가 이제는 한국을 내려다보려 하고 있다. 일본의 유력 매체는 아니지만 일부 언론은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을 늘 따라 잡아야할 라이벌,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축구 강국으로 '내키지 않더라도' 칭찬해주던 기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론 일본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일본 축구는 세계 축구에 근접해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패스축구,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국한된 애기다. 승부에 관해선 "일본은 언제든지 자신있다"라고 강조한다.
한일전을 코앞에 두고 터져 나온 '도발'에 한국 선수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이정수는 "일본만 세계 축구에 근접했나? 실력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축구를 하면서 일본은 늘 부딛혀야 하는 상대다. 꺾이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선수들도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기는 매한가지다. 혼다가 말한 "매우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표현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골세리머니도 오랫동안 회자된다.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 한일전에서 기성용이 골을 넣고 '원숭이 골세리머니'를 해 여러가지 논란이 일었지만 이 역시 고조된 감정의 부산물이다. 역대 최고의 한일전 세리머니로는 지난해 5월 박지성이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일본팬들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천천히 뛰었던 '산책 세리머니'였다.
관중들의 플래카드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얘기거리가 된다. 요즘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영향으로 그 반향이 커지고 있다. 삿포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