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김영덕 감독에게는 굴욕(?)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1993년 태평양 돌핀스와 빙그레 이글스의 경기였다. 인천구장 양 팀 덕아웃 앞에는 구단에서 선발된 팬들이 선수들과 포토타임을 갖느라 분주했다. 당시 빙그레 이글스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영덕 감독 앞으로 한 아가씨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김 감독은 자신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줄 알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세까지 고쳐 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김 감독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아저씨, 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라며 김 감독에게 카메라를 건네곤 급히 장종훈의 폼에 안기고 만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씁쓸하지만 어쩌겠는가. 팬들과 제자들을 위해 정성스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김영덕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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