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데이트날, 잠깐 얼굴만 내비치고 헤어진 꼴이 됐다.
넥센 투수 김성태가 그렇게 벼르던 선발등판서 뜻하지 않은 작은 부상으로 조기강판하고 말았다. 김성태는 5일 목동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김성태는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체인지업을 던지다 한복판으로 쏠리는 실투가 되면서 홈런을 허용했다. 그런데 홈런을 맞은 직후 김성태는 덕아웃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 정민태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올라갔다. 잠시 이야기가 오갔고, 김성태는 이보근으로 교체됐다. 특별한 부상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넥센은 김성태의 강판 이유에 대해 "공을 놓을 때 오른쪽 어깨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있어서 교체됐다. 부상은 아니고 상태를 보면서 병원에 갈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주중 대구와의 원정 3연전서 불펜피칭을 할 때도 이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
공 3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김성태가 아쉬움을 진하게 내뱉은 이유는 또 있었다. 후반기 들어 김시진 감독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올시즌 김성태는 89⅔이닝을 던져 38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9이닝 한 경기당 3.81개의 볼넷을 허용한 셈. 김 감독은 김성태가 선발로 나가 볼넷을 내줄 경우 1개당 수염 5개를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성태는 절대 볼넷만큼은 내주지 않겠다고 김 감독에게 다짐했다. 이날도 아침부터 수염을 깔끔하게 미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며 마음 속으로 '볼넷은 절대 주지 않는다'며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이종욱을 상대할 때 초구부터 공을 릴리스하기 직전 오른쪽 어깨 뒤쪽 근육에 불편한 느낌이 찾아왔다. 단순한 느낌에 불과하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만에 하나 부상일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