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작업', '굉음', '후시녹음', '최종편집'….
한 영화가 개봉하기 전 진행되는 작업 과정은 '초치기'를 방불케 한다. 하루 또는 반나절을 남기고도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것. 시험공부를 해도 막상 시험을 치면 또 모르는 것이 나오는 것처럼, 개봉을 아주 조금 남겨두고도 할 일이 자꾸 보이게 된다.
한국 최초의 3D 액션 블록버스터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은 '7광구'는 개봉 예정일이었던 4일을 하루 남기고 개봉시간을 아주 조금 늦췄다. 아침부터 상영하기로 했던 영화를 오후 6시부터 개봉시키기로 했다.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적용된 화면 특성상 후반 보정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봉을 몇 시간 미루고라도 시간을 벌어 좀 더 후반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포영화 '기생령'은 돌발상황 때문에 정확한 개봉 시점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사 측은 '데이터를 필름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굉음이 계속 흘러나와 작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공포영화다 보니 실제로 괴담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영화 관계자는 '단순히 제작 과정상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개봉 연기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영화가 시사회에서 공개된 뒤 개봉 시점까지도 후반 작업을 해 최선의 결과를 내놓으려고 한다. 영화 '퀵'의 조범구 감독은 "시사회 때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의견이 있어서 거금을 들여 개봉 직전까지 새로 사운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또 박민영 주연의 공포영화 '고양이 : 죽음을 부르는 눈' 또한 시사회 때 고양이가 여러 마리 등장하는 부분의 CG가 어색하다는 의견에 대해 영화사에서 '개봉 때는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본 배우가 자신의 목소리 연기가 영화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 개봉 전 어렵게 후시 녹음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이 배우는 "시사회에서 보니 연기 톤과 목소리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어렵게 스케줄을 빼서 새로 작업했다. 시사회로만 본 관객은 영화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 것일지도…"라며 웃었다. 영화 관계자들은 "시험공부 벼락치기를 넘어서는 치열한 후반작업 끝에 영화를 개봉시킨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알고 애정어린 시선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