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공화국', '데얀민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FC서울 특급 스트라이커 데얀(30·몬테네그로)이 용병 지형을 바꿔놓았다. 토종과 용병을 통틀어 K-리그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한국에 둥지를 튼 그는 첫 득점왕을 꿈꾸고 있다. 정규리그 15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3골의 김정우(상주), 10골의 이동국을 따돌렸다. 최근 기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10경기에서 13골. 최근 정규리그 5경기에선 평균 1.6골(8골)을 기록하고 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데얀을 닮아야 한다"고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어느 순간 골문 앞에 나타나 골을 터트린다"며 칭찬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푸근한 이웃집 삼촌이다. 팬들과는 개인 전화번호를 주고 받을 정도로 격의 없다. 아내, 딸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이다. 파란눈인 그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18개월된 딸은 '뽀로로 신도'다. 집안의 모든 장난감이 뽀로로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그의 주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동료들도 끔찍히 아낀다. 서울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이청용(23·볼턴)의 골절 소식을 들은 후 가장 슬퍼했다. 그는 "청용이가 힘들 것이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부상 터널을 뚫는데 긴 시간이 될 것이다. 내일이나 모레 쯤 전화를 해 위로하겠다"며 아쉬워했다.
2011년 8월 K-리그 시계는 데얀에 맞춰져 있다. 10대1 인터뷰에 그를 초대했다. K-리그 용병으로는 처음이다. 31일 FC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친구야, 요즘 K-리그에서 골을 펑펑 넣던데. 유럽리그에서 골 넣는 방법 좀 알려주라.(정조국·27·프랑스 오세르·서울 시절 단짝)
▶무슨 말을 하는 거야(웃음), K-리그에서 네가 골을 더 많이 넣었잖아. 넌 원샷원킬이었다. 서울에서 네가 최전방, 내가 섀도 스트라이커에 섰을 때가 좋았다. 지금은 내가 너의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너한테 많이 배웠다. 고맙다.
-귀화해서 대표선수가 될 마음은 없나.(설기현·32·울산, 박용호·30·서울)
▶나도 그러고 싶었다. 2007년 인천에서 기회가 있었지. 어느 기자가 질문도 했는데 그때 한국대표팀에서 부르면 귀화할 뜻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기회가 없다. 2008년 몬테네그로 대표로 뛰었다. 조금 아쉽다.
-6일 울산과 경기가 있는데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나.(곽태휘·30·울산)
▶너를 잘 안다. 울산 수비는 K-리그에서 톱클래스급이다. 난 원래 골을 터트리겠다고 장황하게 약속을 안한다. 하지만 난 골 넣는 것이 임무다. 최대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K-리그 공격수 중 꼭 파트너를 해보고 싶은 선수는.(이동국·32·전북·득점 3위)
▶첫 번째 옵션은 역시 정조국이다. 그와 3년 동안 함께 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용병 중에는 현재 함께 하고 있는 몰리나다. 전북의 루이스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국 선수중에서는 김정우가 탐난다.
-토종 수비수 중 체력적으로 가장 거친 선수는 누구인가.(조성환·29·전북)
▶콕 집어 이름을 거론하기는 그렇다. 각자 경험에 따라 편차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산 수비가 가장 거칠다. 밀고, 발로 차고 악몽이다. 한데 주심이 경고도 안 줘 이들의 악행은 멈추지 않는다. 올해는 전북도 많이 거칠어졌다.(웃음)
-서울이란 큰 구단에서 매 시즌 잘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부담되는 일이다. 어떻게 극복하나.(김은중·32·제주·서울 시절 한솥밥)
▶반갑다. 난 압박감은 없다. 다만 늘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매경기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진정한 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단점이 상쇄된다. 너도 좋은 선수니까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난 올해 2년차인데 한국말을 꽤 한다.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고국이 그리우면 어떻게 향수를 달래는지.(산토스·26·제주)
▶한국 생활 5년차이니 내가 더 오래됐네.(웃음) 한국 말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수다. 단어는 좀 알지만 의사소통은 안된다. 아마 너가 더 잘할 것 같다. 난 운좋게 향수병이 없었다. 물론 아시아와 유럽은 완전히 다르다. 2007년 인천으로 이적했을 때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이 3명 있었다. 이들이 모든 것을 가르쳐줬다. 향수병을 느낄 수 없었다. 현재 부인이 된 여자친구와도 함께 지내 도움이 됐다. 이젠 내가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적이다.
-득점 선두인데 만약 득점왕이 못된다면 올시즌 누가 득점왕이 될거라고 생각하나.(김정우·29·상주·득점 2위)
▶너다. 난 15골, 넌 13골인데 두 골차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한 경기에 바뀔 수 있다. 10골의 이동국도 기회가 있다. 그러나 내가 득점왕이 될 것 같다. 그런 감이 온다.(웃음) 득점에서 2, 3위가 되더라도 팀만 우승한다면야 그것으로 만족한다.
-슛할때 골키퍼의 타이밍을 잘 뺏는데 숨은 비결좀 가르쳐줘. 그리고 머리 빡빡 깎고 상무에 입대해서 같이 공 차지 않을래.ㅋㅋㅋ(최효진·28·상주·서울 소속으로 군 입대)
▶굳이 강하게 찰 필요가 없다. 발목과 무릎만 활용해 슛과정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면 타이밍이 빨라진다. 친구들과 함께 한 5대5 풋살도 도움이 됐다. 머리깎는 것은 문제없다. 하지만 군입대는 아닌 것 같다.(웃음) 내 조국도 군복무가 의무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모병제며, 기간은 6개월이다. 한국의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스포츠 선수에게 2년은 너무 길다. 은퇴 후 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으면 한다. 아쉬움이 있다.
-골대 안에 볼을 차 넣을 때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가 편한가.(하강진·22·성남·골키퍼)
▶(한동안 웃은 후)좋은 질문이다. 골키퍼라면 당연한 질문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정답을 얘기해 주겠다. 골대 오른쪽에 있으면 왼쪽, 왼쪽에 있으면 오른쪽으로 슈팅하는 것이 기본이다. 천기누설일지 모르지만 중앙에 있으면 오른쪽을 좀 더 선호한다.
-난 몰리나랑 친했는데, 혹시 몰리나랑 친하면 셋이 한번 보는건 어때.(홍 철·21·성남)
▶언제든지 연락해라. 같이 보자. 한국 말을 못하지만 교감할 수 있다. 축구 선수끼리는 텔레파시가 통한다.
-앞으로 선수생활은 어디서 마무리할 건가. K-리그나 아니면 다른 리그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나.(이영진 대구 감독·48·서울 코치 시절 사제지간)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큰 부상만 오지 않으면 K-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 서울에서 몇 년간 더 보낸 후 구단의 생각을 들을 것이다. 가족의 의견도 물을 것이다. 난 올해 서른살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K-리그 기록 경신에 욕심이 난다.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샤샤(1995~2003년·147경기 출전, 82골-25도움)를 넘고 싶다.
-2007년 인천에 처음 왔을 때 내가 '축구선수가 왜 이리 배가 나왔냐'고 말했더니 '똥배가 멋있는 거다'라고 했잖아. 똥배가 아직도 멋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식스팩은 있나.(이승재 인천 트레이너·33)
▶여전히 그대로다. 유럽과 아시아는 몸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른 것 같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식스팩이 있어 정말 놀랐다. 처음에 K-리그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보니 돼지 같더라. 그때 난 똥배에서 힘이 나온다고 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련하면 식스팩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동유럽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들었다. 고향에 가면 어떤 반응이냐.(이을용·36·서울 시절 동료)
▶지난해 맨유의 아시아 투어 경기(서울 2대3 패·데얀 2골) 이후 고국에서도 정말 유명해졌다. 거리를 걸으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웃음)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은. 좋아하는 가수나 즐겨 추는 춤도 있을 것 같은데.(이운재·38·전남)
▶된장찌개가 최고다. 생갈비도 정말 맛있다. K-POP은 잘 몰랐는데 18개월 된 딸 때문에 많이 배웠다. 딸이 한국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춤은 못 춘다. 난 몸치다. 예전 동료였던 이상협이 최고의 춤꾼이었다. 그의 춤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도대체 그 앰뷸런스(데얀이 타고다니는 차가 하얀색이어서 동료들이 지칭)는 언제 바꿀 거야.(스테보·29·수원)
▶마토가 그렇게 얘기했지. 애마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흰색이 너무 좋다. 그렇게 싫으면 차는 말고 색상을 바꾸는 것은 고려해 볼게.(웃음)
-연초에 축구화 10켤레를 올해 안에 선물한다고 했는데 현재 1켤레밖에 안 줬다. 왜 이러니, 언제 다 줄거야.(아디·35·서울)
▶(화난 투로)너 돌았구나. 협찬업체서 2~3켤레 보내줄 때마다 꼭 하나씩 줬다. 축구화가 매달 오는 것도 아니고, 치수가 똑같아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웃음). 이해 좀 해 줘라.
-은퇴 후 진로는. 혹시 에이전트할 생각은 없는지.(김동섭·22·광주)
▶감독은 안 할 것이다. 심리적으로 압박이 너무 심하다.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를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 은퇴후에도 축구판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에이전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