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위된 황제'가 또다시 처참히 쓰러졌다.
한때 '격투 황제'로 군림했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4)가 재기를 노리고 출전한 대회에서 1라운드만에 KO로 패했다.
표도르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시어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종합격투기 대회 '스트라이크포스' 메인이벤트에서 자신보다 7㎏이 덜 나가는 미국의 댄 헨더슨(40)을 만나 필승을 다짐했지만, 1라운드 4분12초만에 무차별 파운딩 펀치를 얻어맞으며 결국 TKO패를 당했다. 이로써 표도르는 최근 출전한 3경기에서 연속으로 패하며 '황제'의 명성을 완전히 구겼다. 최근의 급격한 경기력 저하와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이대로 은퇴할 수도 있다. 반면 현재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있는 헨더슨은 표도르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3연승을 거둔 헨더슨은 이제 스트라이크포스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표도르는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다. 때문에 나이도 훨씬 많고, 체중도 덜 나가는 헨더슨과의 매치 제의가 왔을 때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 당일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1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표도르는 특기인 펀치 러시를 앞세웠다. 그러나 정타를 피한 헨더슨은 무차별 공격의 허점을 포착하고 표도르의 얼굴에 카운터 펀치를 꽂아넣었다.
예상 외의 충격에 흔들린 표도르는 급격히 기운을 잃었다. 카운터 펀치에 맞은 후 계속 헨더슨을 끌어안고 클린치 자세를 취하며 호흡을 골랐다. 그러나 헨더슨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표도르가 밀착해오자 오히려 철망 쪽으로 밀어붙인 뒤 껴안은 자세에서 니킥으로 표도르의 하체를 가격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등에 헨더슨의 묵직한 니킥을 허용한 표도르는 중심이 흔들리며 급격한 체력 저하 증세를 보였다. 간간히 안면에 허용한 펀치 때문에 오른쪽 눈도 퉁퉁 부어올랐다.
1라운드 종료 2분전 클린치 자세를 풀고 코너에서 빠져나온 표도르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신중하게 헨더슨을 공략했다. 정확한 펀치로 헨더슨을 쓰러트린 뒤 그라운드 자세에서 마운트 포지션을 잡았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상대에게는 공포의 기술인 '얼음 파운딩'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밑에 깔린 헨더슨은 펀치를 피한 뒤 절묘하게 스윕에 성공했다. 자세를 완전히 바꿔 오히려 표도르의 위에 올라탄 헨더슨은 방금 전 표도르가 하려던 파운딩 펀치세례를 쏟아부었다. 무차별 타격을 허용한 표도르는 등을 보인 채 반격하지 못했고,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