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자유형 400m 세계신기록은 과연 가능할까.
'마린보이' 박태환은 24일 오전 10시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첫 물살을 가른다. 첫 레이스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신기록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박태환 스스로 "만약 400m에서 세계신기록이 나온다면 쑨양 아니면 나일 것"이라는 말로 가능성을 시사했던 데다, 현장에서 목격한 박태환의 컨디션 등 분위기를 통해 세계신기록도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신기록 가능설의 근거는 무엇일까?
박태환은 18일 상하이로 건너오기 직전인 지난 14일 마지막으로 50m 구간 테스트를 했다. 50m를 8~12번 왕복하며 기록을 재는 것이다. 마이클 볼 코치가 구간별 목표기록을 주면 그 기록에 맞춰 박태환이 스퍼트를 하는 식이다. 최종훈련에서 100m를 50초60에 끊었다. 스타트블록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물속에서 스타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기록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50초90보다 0.3초 빠르다. 단순계산법으로 4를 곱할 경우 광저우에서 세운 본인의 최고 기록 3분41초53보다 1.20초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경우 파울 비더만(25·독일)이 2년 전 전신수영복을 입고 세운 세계최고기록 3분40초07보다 빠른 3분40초33이 나온다. 40초대 초반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쑨양 역시 스피드 훈련에 전력투구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본 쑨양은 광저우아시안게임때보다 몸이 탄탄해졌다. 권태현 SK 전담팀 체력담당관은 "몸 중심의 복근이 상당히 좋아졌더라. 스피드와 파워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광저우 400m 맞대결에서 3분42초47로 들어왔던 쑨양은 올해초 중국춘계선수권에서 3분41초48의 기록으로 1초 이상 기록을 앞당기며 박태환의 최고기록에 0.05초 앞섰다.
문제는 레이스 전략이다. 볼 코치는 일단 박태환에게 스스로의 구간 기록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최종훈련에서 확인했듯 연습한 만큼만 해낸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광저우에서 작전 실패로 패배를 맛본 쑨양이 초반부터 치고 달리는 작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많다고 얘기한다. 초반 스피드를 한껏 올린 후 자신있는 장거리선수의 지구력으로 막판 스퍼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볼 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쑨양이 박태환의 레이스를 바짝 쫓다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 뒤집는 작전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쑨양이나 다른 누구에게 휘말리지 않고, '박태환의 수영'을 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지난 6개월간의 지옥훈련으로 근지구력과 파워를 보강, '인간병기'로 거듭났다. "나는 쑨양과 경쟁하러 온 것이 아니다. 지난 6개월간 볼 코치 밑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이제 그 훈련의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다. 연습한 만큼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백전노장' 박태환은 자신이 가야할 길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상하이(중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