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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발언대]조범구 감독, "'퀵'의 주인공들은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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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블록버스터 '퀵'이 개봉한 뒤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조범구 감독이 입을 열었다.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수준급의 볼거리에 대한 찬사도 있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폭주족 출신 퀵서비스맨 주인공의 '마이너함'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전작 '뚝방전설' '양아치어조' 등에서 줄곧 '노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온 조범구 감독은 "내 근방에서 '퀵'의 주인공들 같은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며 '비주류'란 평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제 입장에선 기수(이민기) 아롬(강예원) 명식(김인권) 전부 '비주류'는 아니예요. 명식이는 멀쩡한 경찰이고, 아롬이는 인기 아이돌이죠. 또 기수도 돈이 없어서 비참하게 퀵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스피드를 즐기니까 자기 원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BMW 오토바이를 타는 것만 봐도 초라하지 않잖아요"라고 '퀵'의 캐릭터들을 두둔했다. 이런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와 애정은 조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나왔다고. "중학교 때 한 무리를 이뤘던 친구들 8명이 있었는데, 그 중 저만 고교에 진학했어요. 얘들이 '뚝방전설' 속 '뚝방파'의 모델이죠. 그런에 얘들이 제가 고교 다닐 때 온갖 일을 해서 1980년대에 한 달 수입으로 500만원을 벌었어요. 그 뒤에도 각계에 진출해서 정말 잘 살고 있어요."

조 감독은 자신뿐 아니라 '퀵'의 각본을 쓴 박수진 작가도 이런 인물들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나 저나 그런 무리의 하나였어요. 우리는 불량하거나 B급 인생이 아니라, 그냥 자기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애들이었죠." 조 감독은 그런 자신과 주변 인물들, 나아가 '퀵'의 캐릭터들을 한 마디로 대변했다. "영화판에서는 집안도 학벌도 다 필요없고, 영화만 잘 만들면 돼요.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감독 데뷔를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해요. 저도 '퀵'의 주인공들처럼 제 영화에 대해서 당당합니다."

IMF 때 집안 사정이 기울면서 감독 데뷔 이후에도 경제난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조 감독은 "그렇게 힘들 때가 있었지만, 제가 만드는 영화에 대해서는 초라한 심정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풀어낼 얘기가 많다는 그는 "'퀵'으로 '비주류'라 불리는 '양아치' 이야기를 끝낼 생각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하고 싶습니다. 겪어온 게 많은 만큼 할 말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