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것이 낫다고 했다.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
육상이 그렇다.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직접 훈련을 해봐야 한다. 특히 밖에서 하는 로드 경기, 마라톤과 경보의 경우 코스를 직접 밟아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디에서 스퍼트를 할지 어디가 힘든지를 직접 느껴야 한다.
마라톤은 체험이 가능했다. 4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했다. 한국 마라톤의 간판 지영준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직접 땅을 밟으며 몸으로 익혔다.
하지만 경보는 사정이 다르다. 코스를 직접 밟아보지 못하고 수백번 쳐다보면서 익혀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연맹은 7월 7일에서 9일 사이에 마라톤과 경보 대표팀의 실전 훈련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연맹 관계자는 "7월 초 조직위에게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의 사정상 가능한 하루를 선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다른 말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훈련을 하려면 연맹에서 하루를 택해야 한다. 그 날짜를 잡은 뒤 대구로 직접 내려와서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해야 한다. 답신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훈련 날짜를 놓고 서로 결정을 미룬 셈이다.
연맹과 조직위의 무성의한 행정처리 탓에 경보 대표팀만 고생하고 있다. 대표팀은 대구 대회 코스를 밟아보지 못하고 강원도 고성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민호 대표팀 코치는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일본은 실전 코스에서 차를 다 막아놓고 40번이나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6월 2주간 대구에 있었다. 하지만 도로는 밟지 못하고 인도에서 구경만 했다. 이래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20㎞의 김현섭(삼성전자)이 올해 세계랭킹 7위에 올라있는 등 입상 가능성이 높다. 한번이라도 실전 코스를 밟아봤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취재가 시작되자 연맹은 8월 초 실전 훈련을 한번 더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도 이번만큼은 연맹이 날짜만 정해주면 적극 도와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연 실전 훈련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