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이도 가고, (박)현범이도 가고….'
박경훈 제주 감독의 속마음이다. 구자철(22·독일 볼프스부르크)이 지난 1월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데 이어 20일에는 박현범(24) 마저 수원으로 떠나 공허한 마음일 것이다.
둘은 제주가 지난해 K-리그에서 준우승할 때 중심축이었던 터라 박 감독의 한숨이 깊다. 이들은 지난해 제주의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수를 조율했다. K-리그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장 가깝게 축구를 한다던 제주의 핵심 선수들이었다. 황금 미드필드진이었다. 그런데 6개월차로 모두 제주를 떠나버렸으니 박 감독이 속을 끓일 수밖에.
지난해 초 수원에서 쫓겨나듯 트레이드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던 박현범은 1년 반 만에 다시 트레이드(수원 양준아와 맞교환)로 수원에 재입성했다. 제주에서 이를 악물고 뛴 결과다. 2008년부터 2년간 수원에서 32경기 3골-2도움을 올린 그는 2010년부터 올해 1년 반 사이 44경기 9골-4도움(올해 18경기 6골-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잠시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제주에서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우뚝 섰다.
그런데 의문은 '제주가 왜 박현범을 수원으로 보냈을까'하는 점이다. 트레이드 카드로 수원에서 받은 양준아가 박현범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든다. 양준아는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유망주이기는 하지만 프로 2년차로 아직 영글지 않은 선수다. 중앙과 측면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속사정이 있다. 제주는 올해 말 계약이 끝나는 박현범의 재계약을 위해 올해 초부터 협상을 했다. 박현범은 2008년 계약금 없이 프로 계약한 선수라 올해 말 제주와 계약이 끝나면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 이적료를 한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제주 구단은 재계약을 서둘렀다. 장래성을 감안해 3년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없어 직접 테이블에 앉은 박현범은 1년 계약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올해 연봉(2~3억원 가량)의 두배에 달하는 인상안을 제안했다. 팀 내 최고 연봉 수준이었다. 뜻하지 않은 파격 요구에 제주는 한 발 물러섰다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박현범의 뜻이 완강하자 결국 이적시장에 내놓았다.
8위로 부진한 수원은 박현범의 영입으로 날개를 달았다. 아슬아슬하게 4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는 박현범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수원으로부터 양준아 외에 5억원 가량의 현금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제주는 박현범을 대체할 미드필더를 찾고 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