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손흥민(19·함부르크)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프리시즌 9경기에 출전해 9골을 넣었다. 첼시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함부르크 유스팀 소속으로 유망주 정도로 여겨졌던 손흥민은 프리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분데스리가에 합류, 13경기에 나서 3골을 기록했다.
2011~2012시즌을 앞둔 손흥민은 지난해와 같은 준비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프리시즌 경기 출전으로 성공 가능성을 검증 받고 있다. 지난 3일 볼프스부르크전(1골)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15골을 넣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를 제외하면 14골을 기록한 5경기 상대팀이 대부분 하부리그 또는 아마추어 팀이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스치는 바람이 아닌 돌풍이 됐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각) 독일 쾰른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1년 리가토탈컵 준결승전에서 혼자 2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7분 데니스 아오고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프리킥이 골문 오른쪽으로 흘러나오자 지체없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전반 종료직전에는 데니스 디크마이어가 페널티박스 오른쪽까지 치고 들어와 내준 볼을 문전 정면으로 쇄도하며 밀어넣었다. 위치선정과 집중력, 골 결정력 모두 탁월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경기 후 손흥민에게 양팀 최고인 평점 1을 부여했다. 독일은 잉글랜드와 달리 평점 1이 최고, 평점 6이 최저다. 즉, 손흥민이 경기 최우선수였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뮌헨전 활약은 프리시즌 기간 내내 보여준 손흥민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손흥민이 올 시즌에도 지난해와 같이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비게 될 경우 적어도 6골 이상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함부르크는 손흥민을 최전방이 아닌 측면 공격 자원으로 활용했다. 뤼트 판 니스텔로이라는 간판 공격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 니스텔로이가 말라가(스페인)로 이적한 현재, 함부르크에 믿을만한 자원은 지난 시즌 리그 11골로 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했던 믈라덴 페트리치(크로아티아) 뿐이다. 파올로 게레로(페루)와 엘예로 엘리아(네덜란드)는 활약이 미미했고,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임대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마르쿠스 베르그(스웨덴)는 아직까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뒤쳐진 사이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 손흥민에게 투톱의 한 자리가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한 시즌을 치르며 분데스리가 생존 경험을 터득했고, 이에 맞춘 훈련까지 소화했다. 지난해와 같이 리그 초반 부상 변수만 없다면, 두 자릿수 득점도 꿈만은 아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