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알고도 못쳐요."
"올시즌 최고투수는?"이란 질문을 던져봤다. 몇몇 심판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투구의 공을 가장 가까이서,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자리가 심판이다.
대부분 대답은 "윤석민(KIA)"이었다. 임채섭 심판은 "완급조절까지 기가 막히다"라고 극찬했다. 윤석민은 19일 현재 11승(1세이브, 2패)으로 다승선두다.
심판들의 윤석민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면 이렇다. "직구 스피드가 빨라졌고, 8,9회까지 공끝이 살아있다, 서클체인지업을 이용한 완급조절도 좋다. 여기에 빠른 슬라이더가 눈깜짝할 사이에 꺾어진다. 알고도 치기 힘들다." 한마디로 언터처블이란 말이다.
1안타 완봉승을 거뒀던 15일 삼성전 주심을 맡은 추평호 심판에게 더 자세한 평가를 들어봤다. 추 심판은 혀를 내둘렀다. "서클체인지업에 슬라이더가 들어오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어휴,떨어지고 휘고 하는데 정말 정신이 없었다. 특히 체인지업은 중간에 떨어지는데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니 타자들이 속을수 밖에 없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작년보다 확실히 직구가 3,4㎞ 정도 빨라진 것 같다. 후반까지 볼끝이 죽지 않는다"며 "그날 몇개의 직구는 알고도 못치겠더라"고 했다.
사실 15일 경기서 윤석민의 직구는 평소보다 위력이 떨어졌었다. 최고시속 150㎞대를 찍었지만, 그 전만큼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삼성타자들도 "직구는 평소만 못했다"고 했다. '몇개의 직구'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듯 하다. 평소같았으면, 직구 자체를 알고도 치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 타자들은 "가운데 몰려 들어오는 직구도 파울이 된다. 힘에서 밀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옆에 있던 권영철 심판은 슬라이더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게 빠른 슬라이더를 보지 못했다. 직구와 똑같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휙' 꺾여나가는데 그런 공은 정말 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윤석민의 슬라이더 스피드는 140㎞초반대를 찍는다. 떨어지는 것과 옆으로 휘는 두가지 구질을 던진다.
심판들은 또 "윤석민의 투구폼은 부드럽다. 강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팔스윙을 하는데 볼끝이 무섭게 살아오니 타자들은 더 당황스러울 것도 같다"는 분석도 했다.
예상승수에 대한 질문도 해봤다. 이에 대한 전망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20승까지 할수 있을지는…"이라며 "KIA 전력이 워낙 좋기는 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아무래도 20승을 하려면 등판하는 경기에서 거의 전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감안한 듯 하다.
대답을 종합해본 결과는 이렇다. 윤석민의 공은 알고도 못친다.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