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KIA 용병투수 트레비스 블랙클리(29)는 올해 승운이 별로 따르지 않는다. 20일 현재 17경기에 나와 7승4패 방어율 3.05를 기록 중인데, 운이 따르지 않아 놓친 승리가 벌써 3~4승은 된다. KIA 조범현 감독도 "팀이 조금만 더 도와줬으면 10승도 했을텐데…"라고 아쉬워 할 정도다. 실제로 유독 트레비스가 선발로 나서는 날에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못했다. 게다가 활발하게 터지던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진이 난조를 보여 승리를 날린 경우도 여러차례다. 총 10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에서 5승(2패)밖에 거두지 못한 이유다.
19일 대전 한화전도 그런 '불운'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날 트레비스는 7이닝 동안 7안타 2볼넷 4삼진으로 2실점했다. 그리고는 6-2로 넉 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시즌 8승이 눈 앞에 다가온 듯 했는데, 이번에도 불펜진이 2이닝 동안 무려 5점을 내주며 패하는 바람에 승리를 또 날렸다. 승리가 날아간 순간, 중계화면에 잡힌 트레비스는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젓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20일, 트레비스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보강 훈련을 마친 트레비스는 전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도 별로 불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더 잘 던졌어야 한다"면서 동료들을 감싸안았다. 그러면서 "예전에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17경기에서 겨우 3승밖에 챙기지 못한 일도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나에게 행운이 따르는 좋은 날도 올 것이다"라고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트레비스의 긍정적인 생각, KIA의 또 다른 힘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