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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는 왜 신부감으로 인기가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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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나운서 출신 배우 임성민이 오는 10월 결혼한다. 예비 신랑 마이클 엉거가 미국의 명문가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엉거는 미국 아이비리그 브라운대와 콜롬비아대 대학원 영화학과를 거쳐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엘리트다. 예비 시아버지는 한국전 참전 경력이 있는 변호사이고, 예비 시어머니는 미국의 유명 식품회사인 레드닷그릅 창업자의 외동딸이자 화가다.

그런데 임성민만 그런 게 아니다. 유명 아나운서가 결혼할 때 소개되는 신랑들의 면면을 보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화려하다. 재벌 2세, 스포츠-연예 스타, 해외 유명대 MBA 출신 금융인 등이다. 여성 아나운서가 우리 사회 상류층 남성들에게 신부감으로 인기가 매우 높다는 반증이다. 왜 그럴까.

우선 아나운서들의 프로필이 평범하지 않다. 결혼 뉴스로 언론을 장식한 아나운서들은 대부분 서울의 유명대학 출신에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재원들이다.

직업이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나운서는 TV나 라디오에 나오고, 유명인이 되고, 이를 통해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한다. 성격이나 개성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특징은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스펙만 돋보이는 게 아니다. 개개인의 실력도 뛰어나다. 서울대 언어학과, 경제학과 출신인 KBS 조수빈 아나운서는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KBS 9시 뉴스 앵커로 활약 중이다. 이화여대 영문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나온 임성민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춰 미국인 예비신랑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MBC 김주하, SBS 김소원 아나운서는 각 방송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장수했다. 단지 '뉴스의 꽃'이 아니라 똑부러지는 진행으로 인기를 모았다. 특히 김주하 아나운서는 결혼 후 복귀하면서 단독 앵커를 맡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몇 년 전에는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 등이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로 변신하면서 숨은 끼를 발산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이때 스타로 떠오른 것이 화려한 결혼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아나운서의 인기는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나타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커플 매니저 이은영 팀장은 "회원 남성들은 실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는데다 사회적인 검증을 거친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에서 아나운서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의 가입 문의도 많은데, 결혼에 골인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직 아나운서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최근 결혼한 KBS의 한 아나운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아나운서가 있고, 인기 아나운서들의 결혼이 부각되면서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벌가, 스포츠-연예스타 등과 결혼하는 아나운서는 소수라는 것이다. 반대로 기자를 비롯해 사내 커플도 꽤 있는데,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아나운서 신부감'의 매력으로 오히려 직장인으로서의 장점을 꼽았다. "아나운서는 복지, 육아 등 여러 면에서 안정적인 직업이다. 결혼이나 임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거의 없고 생활도 비교적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큰 매력이다. "아나운서를 로망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은데, 그런 점이 좋아서 소개팅에 나온 사람과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아나운서들이 소개팅을 하는 과정도 보통 직장인과 마찬가지다. 친한 동료들이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여성 아나운서는 "얼마 전 남편 친구와 동료 아나운서를 소개해줬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 아나운서가 시집을 잘 가면 배 아픈 감정이 있지만, 그건 아나운서만의 특징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